배터리 화재 및 폭발로 인해 안전한 배터리 개발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배터리의 안정성은 충전상태의 양극 소재의 산소 발생과 직접적 관련이 있으며, 고온 환경에서 양극 소재의 산소 발생과 이에 동반되는 구조변화를 이해하는 것은 안전한 배터리 개발을 위해 선행돼야 한다. 현재까지 양극 소재의 산소 발생과 구조변화 현상은 많이 연구됐으나 구조변화가 산소 발생 거동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또는 산소 발생이 구조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등의 상관관계가 모호했고, 그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전이금속의 각각 산소 발생 및 구조변화에 미치는 영향과 역할에 대해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울산과학기술연구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정성균 교수는 배터리 고온 작동환경에서 양극 소재 미세 구조 변화와 산소 발생 간의 상관관계를 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는 한국원자력연구원 김형섭 박사와 서울대 재료공학부 강기석 교수팀과 함께했다.
배터리 양극에서 나오는 산소는 배터리 발화와 폭발의 주요 원인이다. 산소와 유기계 배터리 전해질이 만날 경우 고온의 작동환경과 맞물려 연소 반응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전한 배터리 개발을 위해서는 내부에서 산소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또 얼마나 발생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팀은 산소 발생 현상과 양극 소재 미세구조 변화간의 상관관계 분석을 통해 양극 소재 내 코발트 성분 함량을 높여 산소 발생을 줄이는 새로운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 코발트가 많을수록 산소 발생의 주요 원인이 되는 암염 구조로의 상전이를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상전이는 소재 내 원자(원소)들의 배열 모양과 위치가 바뀌는 현상으로, 양극 소재가 고온에 노출되면 상전이가 일어난다.
양극 소재의 성분을 구분할 수 있는 중성자회절 기법 덕분에 이 같은 연구가 가능했다. 기존의 배터리 전극 내부 진단에 쓰이는 X-레이 기반 분석은 양극 소재에 포함된 니켈, 코발트, 망간과 같은 금속 원소를 구분하지 못한다. X선 회절 분석은 X-선이 각 금속 원자의 전자와 상호 작용해 나온 패턴을 분석해 내부 구조를 진단하는 방식인데, 니켈, 코발트, 망간의 전자 밀도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김형섭 박사는 “이와 대비해 중성자회절 분석은 중성자 산란 길이가 원소마다 서로 달라 배터리를 구성하는 전이금속을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결정 구조 내 리튬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유일한 분석법으로 앞으로 배터리 분석 분야에 많이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진은 배터리 온도를 높여가면서 내부 원자 배열 구조변화와 산소 발생 현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했다. 중성자회절 분석 기법과 더불어 정확한 산소 발생량 분석을 위해서 기체 질량 분석법을 썼다. 실험 결과 양극 소재 내 코발트가 전이금속층에서 리튬층으로 이동하면서 스피넬 구조로 바뀌는 상전이가 발생하고, 이때 전극에서 산소가 일부 발생되는 것을 확인했다. 원래 양극 소재는 리튬층과 전이금속층이 겹겹이 쌓인 층상 형태다. 또 온도가 더 높아지면서 스피넬 구조가 암염구조로 바뀔 때 산소가 대량으로 발생했다. 실시간 중성자회절분석을 통해 코발트가 이러한 암염구조로의 상전이를 지연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정성균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앞으로 안전한 배터리를 위한 양극 소재 조성설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재료과학 분야의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12월 15일자로 온라인 공개됐으며, 정식 출판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