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네이버·카카오가 AT&T에 망 사용료를 낸다면


가정을 해보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글로벌 시장을 평정했다. 글로벌 195개 국가 인터넷 트래픽 절반을 네이버·카카오가 차지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미국 AT&T에 망 사용료를 내야할까. 190여 국가에 대한 망 사용료를 산정해 지급해야 하나.

네이버·카카오를 비롯한 국내 IT 기업은 현재도 해외 트래픽을 발생시키고 있다. 한국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에게 망 사용료도 낸다. 넷플릭스는 어떨까. 넷플릭스는 미국 통신사들에게 ‘망 접속료’를 우회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이버·카카오가 한국 ISP에 비용을 내듯, 넷플릭스는 미국 ISP에 대가를 치른다. 인터넷은 네트워크들의 네트워크이니, 자국 ISP에 접속료를 지급하면 이후는 ISP들끼리 논의해야 할 일이라는 논리다. 문제는 넷플릭스 트래픽이 크다는 점이다. 국가간 트래픽 교환을 ‘무역’이라고 생각해보자. 빅테크들이 트래픽 대다수를 차지하며 미국 ISP와 한국 ISP의 무역불균형이 커졌다. 한국 기업의 미국 트래픽은 넷플릭스와 유튜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 ISP 손실이 갈수록 커지는 구조다.



물론 망 사용료 지급 방식은 다양하다.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를 사용하거나, 최종 도달 국가에 사용료를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사업자 별로 유리한 방법을 택한다. 넷플릭스는 자체 개발 CDN을 제공하는 방식을 골랐다. 대신 CDN이 ISP에 내는 망 사용료는 지급하지 않는다. 한국·미국 간 트래픽 불균형과 CDN의 망 사용료 미지급이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소송전의 본질이다. 옳고 그름은 없다. 모든 기업이 그렇듯 각자 최대 이익을 추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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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소송전은 합의로 끝날 공산이 크다.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은 지난해 6월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와 만날 시점이 다가왔다”고 말한 바 있다. 마침 박 부회장은 CES 2022 참석을 위한 미국 출장길에 오른다. 박 부회장과 헤이스팅스 CEO간 대타협을 기대해본다.





윤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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