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골프 에이스 임성재(24·CJ대한통운)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아이언 맨’ 별명으로 유명하다. 지난 2020~2021시즌 연간 출전 대회 수가 35개. 상금왕 욘 람(스페인)과 ‘헐크’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이상 22개)보다 무려 13개 대회를 더 나갔다.
최근 경기 용인의 한 골프 연습장에서 만난 임성재는 “뺀다고 뺐는데도 출전 대회 수가 많은 편이다. 새해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 “체력적으로 힘든 게 없다. ‘20대일 때 최대한 달리자’ ‘잘할 수 있을 때 더 가보자’ 이런 생각뿐”이라며 웃었다. “PGA 투어 대회에 한 번 나가는 게 꿈인 선수도 많은데 저는 행복한 거잖아요. 지금 이 상황을 즐기자는 마음이에요.”
“벌써 PGA 투어 4년 차이다 보니 유명 선수들을 대하면 우러러보기보다 ‘경쟁해서 이겨보자’ 이런 생각이 좀 생긴다”는 임성재는 그렇다고 그런 선수들처럼 일정 관리를 여유롭게 하면서 쉬엄쉬엄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한국에 또래 친구들 노는 거 보면 솔직히 부럽기도 하지만 골프 더 잘하는 게 좋다”고 했다.
연습 벌레로도 잘 알려진 임성재는 골프 입문 뒤 가장 오래 연습을 쉰 게 고작 사흘이다. 이번 비시즌에 가족을 만나러 사흘 일정으로 제주에 가면서 골프백을 가져가지 않았다. 그는 “샷 10개를 치면 거의 다 비슷한 느낌이 들던 게 이틀 넘게 쉬고 치면 미세하게 임팩트 느낌이 다른 공이 몇 개 생긴다”면서 “하루에 못 해도 1시간은 연습해야겠구나 하고 절실하게 느꼈다”고 했다. 아이언 샷 연습은 피칭 웨지로 시작해 3번 아이언까지 하나씩 올리면서 한다.
아시아인 최초의 PGA 투어 신인왕(2019년)인 임성재는 2020년 11월 첫 출전한 마스터스에서 준우승했다. 마스터스 사상 아시아 최초로 최종일 챔피언 조에서 경기 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PGA 투어 50번째 출전 대회인 혼다 클래식(2020년 3월)에서 첫 우승을 달성했고 100번째 출전인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지난해 10월)에서 2승째를 올렸다. 2020~2021시즌 버디 498개로 한 시즌 최다 버디 새 역사도 쓴 임성재는 지금까지 PGA 투어에서 1,356만 5,406달러(약 161억 원)를 벌었다. 투어 휴식기를 한국에서 보내고 2021~2022시즌 재개에 맞춰 2일 하와이로 출국한 그는 오는 6일 개막하는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TOC)로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호랑이띠인 임성재는 “페덱스컵 최종 10위 안에 드는 게 새해 목표”라고 했다. 시즌 성적 누적인 페덱스컵 포인트에서 임성재는 11위(2019~2020시즌)가 최고 순위다. “이렇게 매년 큰 차이 없이 유지하면서 가고 있다는 게 다행인 것 같아요. 그 안에서 조금씩 업그레이드 되는 게 좋은 현상이라고 봅니다.” 지난해 초부터 개인 트레이너와 쭉 함께하면서 스윙 스피드가 늘고 공이 묵직하게 맞는 느낌도 생겼다고 한다. 그 결과 드라이버 샷 거리가 5~10야드 늘어 올 시즌 평균 305.7야드를 찍고 있다.
임성재는 날고 기는 실력자들이 차고 넘치는 빅 리그에서도 대표 영건으로 꼽힌다. 다른 한국 선수와 헷갈려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본 선수로 잘못 알던 현지 백인들도 이제는 임성재를 확실히 알아본다. “마스터스가 컸던 것 같아요. 그 후로 백인들이 많이 알아보더라고요. 한국에 와도 그 전에는 골프 옷 안 입으면 알아보는 분들이 드물었는데 이번에는 편한 복장이어도 알아봐 주셔서 놀랐어요.” 임성재는 “한 번 우승해보면 그 맛을 아니까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며 “새해에 우승 한 번 더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