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금융수장들 "공룡 결국 멸종…변해야 산다"

■신년사서 고강도 위기의식 주문

윤종규 "車 등 비금융 플랫폼 육성"

조용병 "차별화된 고객경험 제공"

김정태도 "적극적 변화 주체돼야"

손태승은 "비은행 자회사 키울것"

손병환 "금융의 본질 고객에 있다"


5대 금융지주 회장과 기업은행장 등 주요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은 2022년 신년사에서 이구동성으로 위기의식을 주문했다. “대마불사는 헛된 희망” “덩치만 큰 공룡은 결국 멸종했다” 등 직접적인 표현을 써가며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서 생존하려면 변화와 혁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3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메타버스, 고객직접판매(D2C), 대체불가토큰(NFT), 마이데이터 등 연일 새롭게 등장하는 세상의 낯선 용어들은 나와는 상관없는 담당자들의 일이기에 금세 시큰둥해지고 변화에 무관심해져 간다”며 “자산 500조 원의 ‘금융을 지배하는 공룡’은 그렇게 무사안일해지고, 대마불사의 헛된 희망을 품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의 시가총액이 카카오뱅크·페이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시장은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다. 공룡은 결국 멸종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기업의 흥망이 걸린 변곡의 기로에서는 단순히 적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보다 적극적으로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금융업의 장벽이 허물어져 버린 시대에 기존의 틀 안에 갇힌 작은 변화 정도로는 시장에서 더는 생존력을 갖지 못한다”면서 “창발(創發)적 혁신으로 돌파해 나가자”고 주문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경계가 허물어진 경쟁, 관행으로 굳어진 과거를 돌파하고 신한의 모든 것을 다시 정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올해 경영 전략 방향으로는 디지털과 플랫폼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고객 접점 확대를 위해 업계 최초로 진출한 디지털 헬스케어를 비롯해 통신·자동차·부동산 등 4대 비금융 플랫폼에서 시장 지배력을 갖춰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발전시키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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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도 “고객은 이제 금융사의 규모와 수익이 아닌 경험의 가치에 따라 움직인다”며 “신한만의 고객 경험을 만들고 그룹사의 디지털 플랫폼 전반을 ‘바르게, 빠르게, 다르게’ 운영해 빅테크나 플랫폼 기업과의 경쟁에서 앞서 나가자”고 당부했다.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 역시 “금융의 본질은 고객에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차별화된 디지털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고객 일상에 금융 서비스를 녹여낼 수 있도록 항상 고객의 변화를 정확히 이해하고 고객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올해 강화된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금융지주의 성장성에 제동이 걸리자 금융사들은 글로벌과 자산관리(WM), 기업금융 등을 강조하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역시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윤 회장은 “올해 가계대출의 성장 제한이 예상된다”며 “기업 금융과 자본시장 영역에 더 힘을 모아 성장 활로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도 “글로벌 리딩 그룹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 또한 변화해야 한다”며 “글로벌 시장에는 은행뿐만 아니라 전 그룹사가 협업 가능한 사업모델을 찾아 디지털로 무장해 함께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종원 기업은행장도 올해 역점 경영 전략 중 하나로 디지털·글로벌·시너지 전략 수립을 꼽았다.

손태승 회장은 금융지주 중 우리금융만 증권 계열사가 없다는 점을 의식해 “올해 증권 부문 등 기업 가치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만한 무게감 있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한층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면서 “동시에 기존 비은행 자회사의 괄목할 성장을 이끌겠다”고 전했다. 이 외에 윤 행장은 “금리 상승기에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금융 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취약 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포용적 금융도 강화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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