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호랑이의 해’를 맞아 주요 그룹 총수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첨단 미래 기술력과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중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코로나19와 미중 갈등, 글로벌공급망(GVC) 붕괴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 속에서 비상 경영 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서도 초격차 경쟁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3일 영상 신년사에서 자율주행·로보틱스·도심항공모빌리티(UAM)를 비롯한 미래 사업 분야의 성과를 가시화하고 ‘친환경 톱티어 브랜드’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는 그동안의 노력을 가시화해 ‘가능성을 고객의 일상’으로 실현하는 한 해로 삼고자 한다”며 “우리가 신성장 분야로 선정해 집중·육성하고 있는 자율주행·로보틱스·UAM과 같은 미래 사업 영역에서 스마트 솔루션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자율주행과 관련해서는 “운전자의 개입을 최소화한 레벨4 기술을 탑재한 다양한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고 2023년 양산 예정인 아이오닉 5 기반 자율주행 차량을 시험 주행하겠다”고 했다.
정 회장은 “최첨단 상품의 경쟁력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원천 기술 확보에 달려 있다”며 AI 연구소 설치, 소프트웨어 코딩 대회, 개발자 콘퍼런스 등 개방형 플랫폼의 확대도 다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비즈니스 정상화를 넘어 더 큰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했다. 신 회장은 아이스하키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웨인 그레츠키의 ‘시도조차 하지 않은 슛은 100% 빗나간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을 인용하며 적극적인 도전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인재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성과주의 문화 정착과 조직의 개방성을 강조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차질 없는 지주회사 전환을 최대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한 선진 경영 관리 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친환경 미래 소재 전문 그룹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사업별 전문성 강화와 시너지 창출로 친환경 성장을 실현할 것”이라고 했다.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에 따른 그룹의 ‘2030 중장기 성장 전략’도 공개했다. 주력인 철강 사업은 고로 기반의 저탄소 기술 개발을 확대하고 친환경 제품의 직접 생산을 위한 전기로 신설을 추진하는 한편 수소 환원 제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 오는 2028년까지 상업 생산 규모의 데모 플랜트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는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은 “창업 당시의 열정과 도전 정신을 되새기며 100년 한화의 미래를 향한 도약의 한 해를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그는 “항공 우주, 그린에너지, 디지털 금융과 같은 미래 사업은 단기간 내 핵심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확신과 목표 의식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메가 캐리어’ 도약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는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과 함께 대한항공이 ‘메가 캐리어’로 나가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항공 역사를 새로 쓰는 과업인 만큼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구자은 LS그룹 신임 회장은 이날 취임식을 열고 구자은 체제의 시작을 본격화 했다. 그는 ‘LS 회장 이·취임식 및 신년 하례’에서 취임 일성으로 ‘양손잡이 경영’을 내세우며 “기존 주력 사업과 미래 신사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했다. 양손잡이 경영은 한 손에는 전기·전력·소재 등 기존 주력 사업을, 다른 한 손에는 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선행 기술을 잡고 두 개를 균형 있게 추진한다는 뜻이다.
김남호 DB그룹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걸맞은 유망한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ESG와 탄소 중립 등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일도 시대의 흐름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은 고기능성 제품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가속화하고 현금 흐름 관리 강화, 일하는 방식 변화 등을 통해 새로운 100년을 준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그룹 회장은 “자동차 산업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며 “대변혁의 흐름 앞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