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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이] '경관의 피' 경계선 위에 선 신념이 부딪힐 때

[리뷰] 영화 '경관의 피'

1월 5일 개봉


오늘 영화는 이거! '오영이'


영화 '경관의 피' 스틸 /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영화 '경관의 피' 스틸 /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범죄자를 잡을 수 없을 때 그저 방관해야 된다면, 경찰의 사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위법 수사를 용인할 수 없는 노릇이다. 악인을 잡기 위해 경계선 위에 선 경찰의 신념이 부딪히면서 뜨거운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 '경관의 피'다.

'경관의 피'(감독 이규만)는 위법 수사도 개의치 않는 광수대 에이스 강윤(조진웅)과 그를 감시하게 된 언더커버 신입 경찰 민재(최우식)의 위험한 추적을 그린다. 출처불명의 막대한 후원금을 받고 고급 빌라에 가는 강윤은 명품 수트를 입고 외제차를 타면서 범죄자들을 수사한다. 이런 강윤의 팀에 3대가 경찰인 집안에서 자란 원칙주의자 민재가 투입된다. 민재는 자신과 다른 방식으로 수사해 빠르게 범죄자를 검거하는 강윤을 보면서 경찰로서 신념을 두고 고민에 빠진다. 이들은 이 바닥의 일인자라 불리는 영빈(권율)의 신종 마약 사건을 수사하면서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민재도 강윤을 향해 마음을 열기 시작했지만, 강윤을 둘러싼 경찰 조직의 비밀을 마주하게 되면서 다시 갈등을 겪는다.

사명감과 책임이 동반되는 숭고한 직업인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 및 사회 공공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한다. 공무원이지만, 단순하게 안정적으로 편안하게 살 수는 없다. "진짜 경찰이 될 것인가, 비겁한 관료로 남을 것인가"라는 강윤의 말처럼 공무원과 경찰 사이에서 신념을 두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 흑과 백 사이 경계선에서 어느 쪽으로도 치우쳐선 안 되는, 회색의 존재가 진짜 경찰이다. 경계선 위에 선 존재는 아슬아슬하고 위태롭기에 경찰의 확고한 가치관이 더욱 요구된다.



그렇다면 진짜 경찰이 되기 위해 어느 선까지 용인될 수 있나. 안전한 테두리 안에서 악인이 악한 짓을 하는 걸 사전에 막고, 그들을 체포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표를 던진다. 강윤은 악인을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된다는 입장이다. "수사 과정에서 위법은 없다"는 신념을 가진 강윤은 설령 수사 과정 중 비도덕적이거나 법에 저촉될 행위를 하더라도 끝까지 범죄자를 잡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민재는 다르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범죄자를 잡아야 진정한 경찰이라고 여긴다. 3대에 걸쳐 경찰이 된 민재의 신념은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내려온 것으로 이미 피에 새겨져 있다.

외골수 성향을 가진 이들의 만남은 갈등을 만들 수밖에 없다. 극 초반 민재는 강윤의 방식에 반기를 들지만, 경찰 위계질서에 의해 그를 따라다닌다. 손쉽게 범죄자를 막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강윤의 수사 방식에 자신의 신념이 흔들리는 걸 느끼는 민재. 강윤의 비리 의혹 정황까지 찾을 수 없게 되자 더욱 혼란을 느낀다. 오히려 위험을 무릅쓰고 공격적으로 수사하는 강윤을 보면서 묘한 존경마저 피어오른다.



작품은 민재의 성장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신념과 패기만 가득했던 병아리 경찰에서 실전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 돼 가고, 동료들을 향한 전우애가 생긴 진정한 경찰로 거듭난 것. 민재의 서사는 배우 최우식의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완성됐다. 여기에 조진웅의 밀도 있는 연기가 더해져 몰입감을 높인다. 묵직하게 소신을 밀고 나가면서 민재를 이끄는 모습은 강윤을 섹시한 리더로 만든다. 조진웅의 세련된 수트 핏도 보는 재미 중 하나다. 빌런으로 변신한 권율의 연기도 눈여겨볼 만하다. 악인을 연기하기 위해 증량도 서슴지 않았다는 그의 비주얼적인 변신과 이를 뒷받침하는 섬뜩한 연기는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장르적 특성상 클리셰(진부한 표현이나 고정관념)가 많이 들어간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재벌 뒤를 봐주는 경찰, 사이코패스 범죄자, 융통성 없이 신념을 지키는 경찰 등의 캐릭터는 수사물에서 익히 사용됐다. 범죄자에 의해 수세에 몰린 경찰이 이를 극복하는 과정도 익숙한 문법이다. 배우들의 연기가 기시감을 흐리는데 한몫했지만, 사건의 전개가 예상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사건의 전개보다 한발 앞서는 음악 역시 뒷이야기를 예상케 한다.




+요약


제목 : 경관의 피(The Policeman's Lineage)

장르 : 범죄, 드라마

감독 : 이규만

출연 : 조진웅, 최우식, 박희순, 권율, 박명훈

제작 : 리양필름

배급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관람등급 :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 119분




개봉 : 2022년 1월 5일



현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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