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부터 탈북자의 재입북으로 군과 경찰의 부실 대응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경찰 내부에서 탈북자 관리자 재정비 목소리가 10년째 이어져온 것으로 드러났다. 탈북자 신변보호담당관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해마다 이어졌는데도 경찰은 이를 방치했고 결국 이번 월북 사건으로 이어졌다.
4일 경찰청 직속 교육기관인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이 기관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11차례 연례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해마다 탈북자 신변보호담당관 증원을 주장했다.
1997년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신변보호담당관 제도가 도입됐다. 경찰은 테러 위험, 간첩활동 가능성 등 탈북자 위해도에 따라 신변보호 등급을 구분해 보안경찰관 1명이 이들을 직·간접적으로 담당시킨다.
연구소는 2011년말 발간한 ‘치안전망 2012’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신변보호를 담당하는 경찰관의 수는 지난 10년간 700여명 수준에 머물며 경찰 1인당 평균 30여명에 그치고 있다"며 "신변보호경찰관으로 지정된 보안경찰관은 신변보호뿐만 아니라 간첩 색출 등의 방첩활동, 중요 안보위해사범 수사, 경호활동 등 매우 광범위한 업무를 담당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10년이 흘러 지난해말 발간된 ‘치안전망 2022’에서도 사정은 그대로였다. 보고서는 “탈북자 담당 신변보호관은 857명으로 신변보호관 1인이 담당하는 보호대상자는 지역별로 다르나 경기남부 42명, 충북 40명, 인천 39명, 충남 37명 등으로 많았다”며 “탈북민의 안정적인 국내정착을 위해서는 신변보호관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문제제기가 이어졌지만 신변보호담당관 업무는 되레 가중됐다. 경찰청 내부자료와 국정감사 자료를 종합하면 경찰 1인당 신변보호 대상 탈북민 수는 2007년 12.6명에서 2015년 34명으로 급증했고, 2019년에도 34.4명을 기록했다. 국내 입국 누적 탈북자 수는 급증하는데 이들을 관리하는 안보경찰 수는 제자리 걸음하며 경찰 1명이 맡아야 할 탈북자 수는 3배로 불어난 것이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이 숫자가 각각 31명, 29명으로 줄었지만 코로나19로 국내로 들어오는 탈북민이 감소한 데 따른 착시효과일 뿐 담당 경찰은 8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1인당 담당 신변보호 대상자 수를 12명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에도 경찰은 예산 문제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번에 월북한 탈북자 거주지인 서울의 경우 경찰 1인당 담당 탈북자 수가 23명에 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탈북민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담당 보호관은 상대적으로 줄 수 밖에 없다”며 “아무래도 예산 문제가 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통일·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경찰의 업무가 방대해지고 수사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보안 업무가 경시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024년까지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넘겨 받는 과정에서 경찰 내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일 연구기관 출신의 한 전문가는 “정권 성향이 보수냐 진보냐에 따라 안보경찰 수도 변하는데 최근 숫자가 꾸준히 줄고 있다"며 “현 정부 들어 경찰 업무가 여성, 폭력 문제 등에 치중되면서 보안은 소외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