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하면서 긴축에 나선 배경에는 임금과 물가가 서로 영향을 주면서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임금과 물가를 높이는 요인이 서로 강하게 영향을 주면서 물가·임금의 상호연쇄적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미국 노동시장의 최근 특징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물가·임금 상승률의 공통 요소 간 상관계수는 지난해 1~10월 0.70으로 지난 2020년 3~10월 0.65보다 높아졌다. 일정 부문에 국한된 특이 요소와 달리 공통 요소는 전 산업에 해당하는 경제 전체적 여건을 말한다. 임금과 물가가 특이 요소가 아닌 공통 요소로 인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최근 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으로 한 단계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미국 노동시장이 구직자 우위로 형성되면서 나타난 몇 가지 특징에 기인한다는 설명이다. 먼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고용 회복이 과거보다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11월 퇴직자가 사상 최대인 452만 7,000명을 기록하는 등 역사적 수준의 자발적 퇴직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조기 은퇴하거나 더 나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퇴직하고 있다. 임금 상승률도 금융위기 이후인 2010~2014년엔 평균 2.0%를 기록한 반면 지난해 1~11월 평균 3.9%를 기록하는 등 예년보다 높은 상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미국의 임금과 물가 상승세는 과거보다 수준이 높을 뿐 아니라 산업과 품목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물가에 대한 관심도 지난해와 달리 인건비 비중이 높은 서비스요금 상승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은은 이러한 분석 결과를 봤을 때 올해 금리 인상을 시사한 미 연준의 적기 정책대응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한은 관계자는 “임금·물가의 지속적인 상승 가능성은 공급 측면의 일시적 물가압력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 측 물가압력 증대에 대한 통화정책의 적절한 대응 여부에 달려 있다”라고 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공개된 미 연준의 FOMC 의사록에도 이러한 문제의식이 담겼다. 일부 연준 이사들은 생산성 증가를 초과하는 지속적인 실질임금 증가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임금·물가 역학(wage·price dynamics)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미국과 달리 노동시장의 수급 불균형 정도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임금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 한은의 기존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