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3월 시작하는 코인실명제...'어떻게'가 없다

[특금법 유예 만료 100일 점검]

실명계좌 추가 확보한 거래소 '0'

트래블룰 세계 최초 시행 앞두고

세부지침 없어 국내고객마저 이탈

디파이·NFT 급성장 불구 사각지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고립 우려







암호화폐 시장이 빠르게 규모를 키우고 있지만 관련된 제도적 변화는 여전히 더딘 것으로 드러났다. 특정금융거래법 신고 유예기한이 만료된 지 100여 일이 지났지만 제도가 현실을 따라오지 못하면서 국내 암호화폐 업계가 ‘갈라파고스’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특금법에 따른 신고 유예기한이 만료된 지난해 9월 24일 이후 100여 일이 지난 현재 시중은행으로부터 추가로 실명계좌를 확보한 거래소는 한 곳도 없다.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A 거래소 측은 “금융 당국과 은행이 계좌 발급에 여전히 소극적이어서 단기간 내 실명계좌를 확보한 거래소가 나오기 어렵다”며 “당국에서 전향적으로 나와야만 은행이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가 금융 당국의 입장만 바라보는 것은 비단 실명계좌 확보 문제만이 아니다. 오는 3월 특금법상 명시된 트래블룰 시행을 앞두고 업계는 당국의 세부적 지침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트래블룰이란 투자자가 거래소를 통해 100만 원 이상 코인을 주고받을 때 거래소가 이 입출금이 불법 자금에 연관됐는지를 파악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 위해 거래소는 이용자의 이름·주민등록번호 등 개인 정보를 수집한다. 국제적으로 가장 먼저 트래블룰을 시행하지만 채굴에서 얻은 코인의 가격을 어떻게 봐야 할지, 해외 고객의 경우 100만 원 이상의 기준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등 세부적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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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후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 부회장은 “똑같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의 회원국임에도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코인 실명제를 도입하다 보니 국내 거래소만 고립될 우려가 있다”며 “국내 고객들부터도 일정 부분 이탈하기 시작해 외국 고객은 아예 국내 거래소로 오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국내 제도가 이같이 하는 사이 시장은 빠르게 변화한다는 데 있다. 전 세계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이날 오후 2시 기준 약 2,600조 원으로 일 년 전에 비해 두 배가량 뛰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비트코인의 시총은 9,000억 달러로 엔비디아·텐센트·비자의 시총을 뛰어넘었다. 암호화폐를 맡기고 이자 수익을 받는 스테이킹 등 탈중앙화금융(디파이), 대체불가토큰(NFT) 등 코인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 NFT 시장만 해도 2020년 4분기 5,000만 달러에 그치던 게 지난해 3분기 107억 달러로 급증했다. 업비트·코빗 등 국내 거래소들도 NFT를 위한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기 위해 제휴사 확대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그러나 현행 특금법상 디파이·NFT 등이 모두 명시돼 있지 않아 사각지대인 데다가 추후 업권법 등 논의 과정에서 언제든지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는 점은 부담이다. 실제로 최근 금융 당국은 암호화폐 지갑 및 스테이킹 서비스를 운영 중인 네오플라이에 지금은 특금법상 신고 대상이 아니나 국회 논의 결과에 따라 규제 여부가 달리 결정될 수 있다고 알리기도 했다.

암호화폐 업계의 발전뿐만 아니라 투자자 보호에 대한 방안도 전무하다. 주요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디지털자산감독기구 설치 등 공약을 내걸고 있지만 금융 당국은 여전히 보수적인 입장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포함해 업권법 제정까지 가능할지 몰라도 코인과 관련한 전담 기구를 설치하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 부담이 클 것”이라며 “NFT 역시 코인보다 더 가격 책정 등에서 합리적 근거를 찾기 어려워 정부가 관리·감독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했다.


김지영 기자·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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