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임금인상발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쪼그라들자 임금 보전 성격의 최저임금 인상 조치 등이 단행되면서 또다시 물가를 자극하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0일(현지 시간) DPA통신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독일 정부는 연내 최저임금을 9.82유로(약 1만 3,328원)에서 12유로(1만 6,287원)로 22% 인상한다고 밝혔다. 후베르투스 하일 독일 노동장관은 “노동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최저임금은 12유로로 인상돼야 한다”며 “몇 주 내로 관련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새로 출범한 독일 연립정부의 공약이기도 한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치솟는 물가와 관련이 깊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전 산업에 걸쳐 공급 문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물가가 올랐고 저임금 비숙련 노동자들의 생활고가 심해졌다. 지난해 1월 1.0%였던 독일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2월에 5.3%로 뛰어올랐다. 하일 장관은 "저임금의 비중이 특히 높은 여성과 옛 동독 지역 주민 등 수백만 명이 최저임금 인상 조치의 이익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도 물가 상승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가 맞물리면서 저렴한 외국인 노동력을 고용하기 어려워지자 영국 기업들은 물류·서비스·요식업 곳곳에서 임금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앞서 영국 유통 업체 테스코의 노동자들은 크리스마스 파업을 예고한 뒤 5.5%의 임금 인상을 얻어냈다.
문제는 임금 상승이 다시 물가 급등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임금과 물가가 상호작용을 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은 물가 상승을 완화하기 위해 세금을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노동당이 가정용 에너지 요금의 부가가치세를 5%에서 0%로 인하하는 법안을 의회에 발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