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예금 상품으로 돈이 다시 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에서 14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데 이어 연내 두세 차례의 추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도 필요시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고 밝히면서 예금으로의 쏠림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우리은행은 신속하게 예적금 금리 인상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오는 17일부터 정기예금과 적립식 예금(적금) 36종의 금리를 최대 0.40%포인트, 우리은행은 18개 정기예금과 20개 적금 금리를 0.10∼0.30%포인트 올릴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의 시니어 고객 대상 5년 만기 미래설계크레바스 연금예금 금리는 2.15%, 우리은행의 ‘Super 정기예금’ 금리는 최고 연 1.70%로 인상된다. 다른 시중은행 및 저축은행 등도 예금 금리 조정 검토에 들어갔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인상 여부·시점 등을 지켜보고 금리 조정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이미 기준금리가 두 차례 오르면서 하반기부터 금융권의 예금 금리는 상승하는 추세였다. 이날 기준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는 2.39%다. 지난해 1월 말 1.85%에서 0.5%포인트 넘게 뛰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지난 2019년 12월 말 금리가 2.1%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미 예금 금리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을 넘어선 셈이다.
저축은행과 금리 경쟁이 치열한 새마을금고·신협도 연초부터 특판을 잇따라 출시하며 고객 모으기에 나섰다. 동암신협은 19일부터 3일간 연 3%의 특판 예금 판매를 예고했다. 대구 남구의 새마을금고에서는 최대 2.95%의 정기예탁금을 판매하고 있다.
예금 금리 인상은 비단 2금융권·상호금융권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그간 0%대에 그쳤던 시중은행들도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이날 판매 중인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는 1.6%로 집계됐다.
금융권에서는 한은에서 올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내비침에 따라 당분간 예금 금리 인상이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높은 저축은행의 경우 연초 수신액이 100조 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저축은행 수신액은 약 98조 원이었다. 대규모 영업정지가 발생했던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전 최고 수신액은 약 77조 원이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예금을 이용해 자산을 증식하려는 고객일수록 가입 기간을 1년 이상 길게 가져가기보다 짧고 회전식의 상품을 이용하는 게 좋다고 입을 모았다. 가입 기간을 짧게 설정하고 만기가 찾아오면 맡겼던 금액을 되찾아 이율이 더 높은 상품에 자금을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금으로 계속 목돈을 넣어둘 계획이라면 회전식 예금을 가입하는 게 좋다”면서도 “단 가입 시점에 따라 1년간 예금 금리가 예상만큼 오르지 않으면 오히려 회전식 예금이 불리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