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을 불허하자 일본에서 “우리에게 좋은 기회”라는 평가가 나왔다.
15일 요미우리신문은 EU가 양사의 M&A를 막은 결정에 대해 일본 조선업체의 한 관계자가 “정상적인 경쟁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일본에는 플러스(좋은 기회)”라는 반응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1980년대 세계 조선 시장 점유율의 절반을 차지했던 일본 조선업계는 한국과 중국에 밀려 최근에는 점유율 약 20%로 밀려났다. 다만 그는 “일단 시작된 합병 움직임은 멈출 수 없다”며 일부 사업을 떼어내는 등의 방식으로 한국 기업이 M&A를 실현할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13일 EU 집행위원회(행정부 격)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분야에서 과점이 심화할 수 있다며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M&A를 불허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요미우리신문은 EU가 양사의 통합이 과점에 의한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며, LNG 운반선이 안보 관점에서 중요한 수송 수단인 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한편 M&A가 성사됐더라면 일본에도 좋았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본의 한 대형 조선업체 간부는 “한국 양사의 통합으로 (시장) 재편이 진행됐더라면, 선박 가격도 덩달아 올랐을 것”이라며 합병 무산 소식에 어깨를 늘어뜨렸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시장 재편은 조선업계가 불황 속에 이어진 저가 수주 경쟁을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는데 M&A 무산으로 이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