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바에 한국서 나와라.” “미국 기업 길들이기 아니냐.”
최근 애플이 한국에 한해 개발사가 만든 3자 결제 시스템을 허용한다고 밝히자 해외 이용자들 사이에서 나온 반응이다. 지금까지는 애플이 자체 구축한 결제 시스템만 고수해 왔는데 갑자기 규제 때문에 원칙을 바꾸게 되자 부당하다고 반발한 것이다.
애플은 지난 7일 3자 결제를 허용하고 3자 결제 시 기존 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한다는 계획안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했다. 애플이 3자 결제를 허용한 것은 전 세계 한국이 처음이다. 지난해 한국 국회에서 통과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에 따라 이행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 법은 애플, 구글 등 앱 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 방식(시스템)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애플이 3자 결제를 허용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이용자들, 특히 애플 마니아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애플 전문 IT 매체 ‘애플인사이더’에서 운영하는 커뮤니티에서 이러한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한 이용자는 “한국서 예외를 두면 다른 나라에서도 우후죽순 열어주게 될 것이다”라며 “어리석은 정책에 따를 바에 한국 시장에서 나오라”고 했다. 애플이 거둬들이는 수수료를 단편적으로만 바라본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또 다른 이용자는 “애플이 수수료 15~30% 받는 것은 단순 결제 대행뿐만 아니라 유통, 마케팅, 보안 등 훨씬 많은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포함하고 있다”며 “왜 결제 자체만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 한국 기업이 로비해서 법을 만든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3자 결제 시스템이 개발자, 이용자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IT 매체 맥루머스에 달린 한 댓글은 “대부분 개발사에게 3자 결제 시스템은 온갖 번거로움과 추가 비용만 발생시킬 뿐”이라며 “내가 개발사라면 애플 결제 시스템에서 벗어난다는 이유만으로 3자 결제 시스템을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댓글은 “3자 결제 시스템을 쓰는 앱에서 이용자가 돈을 지불하고 개발자가 사라지면 환불 받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애플 결제 시스템을 쓰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애플에서 사기 피해를 방지, 보전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대로 미국에선 꿈쩍 않던 애플이 한국에서 한 발 물러선 데 대해 환영하는 반응도 있다.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 도입도 시간 문제다”, “애플의 의회 로비가 활발한 미국에서는 꿈꿀 수 없던 일”, “앱 마켓이 거래마다 고정 요금을 받는 것은 횡포”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 이용자는 “개발자가 원하는 경우라면 애플의 결제 시스템을 쓰겠지만 다른 인프라를 쓰겠다고 할 경우엔 애플이 강제해선 안 된다”고 했다. 최대 30%에 이르는 애플의 수수료가 지나치게 커서 3자 결제 시 개발사의 총 비용이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애플은 3자 결제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허용 방법과 적용시기, 수수료율 등을 방통위와 협의해 정한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애플이 3자 결제 수수료에 대해 얼마나 할인율을 적용할 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이행안을 내놓은 구글은 3자 결제 이용 시 구글 결제 시스템 수수료보다 4%포인트(p)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한다고 밝혔지만 이를 두고 4%p가 적절한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