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9월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유족이 청와대에 피격 당시 정보 공개를 촉구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위로 편지를 반납했다.
피살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와 유족은 18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서울행정법원 판결에 따라 피격 당시의 구체적 상황을 공개하라”며 “정부가 해상경계 작전 실패 사실을 국민의 죽음으로 덮는 만행을 저지르고 증거와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저 북한 해역에서 죽었으니 월북이라면서 북한군 통신병 도·감청 자료가 마치 고급첩보인 양 한다면 헌법의 가치가 무엇인지 아니 물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이날 2020년 10월8일 문 대통령이 유족에게 전달한 위로 편지를 청와대에 반납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편지에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 아드님과 어린 동생이 고통을 겪지 않고 세상을 살 수 있도록 항상 함께 하겠다”고 썼다.
피살 공무원의 아들은 반납 이유를 설명하는 편지에서 “직접 챙기겠다, 항상 함께하겠다는 대통령님의 약속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하지만 편지는 비판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면피용에 불과했다. 아버지를 잃은 고등학생을 상대로 한 거짓말일 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사실관계를 알고 싶어하는 제 요구를 일부분 허락했지만 대통령님께서 그것을 막고 계신다”며 “제 아버지의 죽음을 왜 감추려고 하는지 제 의구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대한민국 대통령은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그것은 투명함에서 시작된다”며 “지금까지 사실을 감추고 있는 대통령이 쓴 상처와 절망의 편지를 오늘 반납하러 간다”고 말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지난해 11월12일 이씨가 국가안보실·국방부·해양경찰청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국가안보실과 해경이 일부 자료를 제외한 나머지 정보를 공개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특히 지난해 9월22일 사건 당시 청와대가 국방부·해경·해양수산부와 주고받은 보고·지시 관련 서류 등 3건을 열람 방식으로 공개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지난달 30일 이에 항소했다.
앞서 서울경제가 입수한 소송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의 서훈 국가안보실장 측은 정보공개청구 1심 재판부에 “대통령기록물은 국가안전보장, 국민경제 등 여러 측면에서 민감한 정보를 담고 있을 수밖에 없다. 철저한 보존 및 보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라 특별히 관리되고 있다”며 “향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될 예정인 정보의 경우도 대통령기록물법 제17조에 따라 보호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기록물은 법령상 공개가 원칙이나 국가안전보장, 국민경제, 정무직 인사 등과 관련된 정보는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해 비공개 기간을 따로 둘 수 있다. 일반 지정 기록물은 15년, 개인의 사생활 관련 기록물은 30년의 범위 내에서 열람·사본 제작이 허용되지 않는다. 자료 제출에 응할 의무도 없다. 문 대통령은 현재 중동 3개국을 순방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