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에서 시비가 붙은 상대를 실제로 만나 흉기로 살해한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제3형사부(정재오 재판장)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39)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다만 재범 위험성이 낮다는 판단으로 검찰이 요청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20년 부착 청구는 기각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13일 오전 1시 40분쯤 대전 중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B(28)씨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A씨와 B씨는 수개월 전부터 게임하면서 말다툼을 벌였다. 이에 불만을 품은 A씨는 B씨에게 자신의 집으로 찾아오라며 이른바 실제 만나서 싸우는 '현피'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요구에 응하지 않던 B씨는 사건 당일 A씨가 집 주소까지 알려주며 도발하자 결국 경기도 양평에서 대전까지 차를 몰고 찾아갔다가 변을 당했다. 당시 A씨는 싸움을 대비해 흉기를 미리 옷 속에 숨겨 B씨를 만났으며, 다툼이 발생하자 느닷없이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B씨와 만난 지 약 3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범행 직후 현장을 잠시 벗어났던 A씨는 119구급대를 불렀으나 병원으로 옮겨진 B씨는 결국 숨졌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흉기를 준비했고, B씨가 모친을 욕하는 등 험한 말을 해서 홧김에 범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피해자를 살해할 마음을 품게 할 정도의 사정으로 볼 수 없다"며 "피해자가 사망하는 등 결과가 매우 무겁고 유족은 매우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A씨는 범행 결과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유족이 받은 고통이 매우 크고 A씨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1심에서 선고한 형량이 너무 무겁거나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A씨가 청소년기에 아버지를 잃은 이후 어머니까지 잃은 점과 범행을 자백하고 인정하고 있는 점, 범행 후 현장을 이탈했다가 돌아와 심폐소생술을 한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A씨의 행동으로 피해자가 고통 속에서 사망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