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2022년 콘텐츠 라인업 / 사진=넷플릭스 제공'오징어 게임'을 필두로 '마이네임', '지옥' 등이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던 2021년은 넷플릭스 코리아에게 꿈같은 한 해였다. 넷플릭스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공격적인 한국 콘텐츠 투자로 더 큰 꿈을 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심화되는 OTT 경쟁 속에서도 넷플릭스가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는 19일 오후 한국 콘텐츠 라이언 발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자리에는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 강동한 VP가 참석했다.
강 VP는 "2021년 한해 동안 넷플릭스에서 한국 콘텐츠를 본 전 세계 사람들이 2019년 대비 6배 증가했다. 한국 콘텐츠를 향한 뜨거운 관심은 한국 창작자, 넷플릭스 회원 덕"이라며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는 25편의 오리지널을 공개하는데, 이는 전년 대비 10편 증가한 수치"라고 말했다. 이어 "창의적인 소재와 탄탄한 완성도를 모두 갖춘 작품이라 하루빨리 여러분께 선보이고 싶다"고 기대를 표했다.
지난해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디피', '마이네임' 등 다수의 콘텐츠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넷플릭스 코리아에게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큰 성과였다. 넷플릭스에게 한국 콘텐츠는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카테고리가 됐다. 강 VP는 "넷플릭스뿐 아니라 한국 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해외 플랫폼이 많다. 이들은 투자 금액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만큼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대중문화의 중심에 섰다고 얘기할 수 있다. 내부적인 평가나 위상도 올라갔다"고 평했다.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가 관심을 갖기 전부터 이미 훌륭했다. 한국에서는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기본적으로 높다"며 "그것들이 제도적으로 많은 서포트를 받으면서 인프라가 구축됐다. 이분들이 많은 콘텐츠를 만들어가면서 대중들의 눈높이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좋은 환경 안에서 창작자들은 '어떻게 하면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전달할까'를 고민하고, 건강한 경쟁을 펼친다. 그런 것들이 토양이 돼 전 세계적으로도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경쟁력을 갖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한국 창작자들과의 협업에서 자신감을 표했다. 한국 창작자들이 넷플릭스에게만 느낄 수 있는 장점과 매력이 있다고. 강 VP는 "넷플릭스에는 한국 콘텐츠 전문가들이 많은데, 제작 업계, 사업 쪽에서 온 베테랑들이다. 한국에 맞는 방식으로 훌륭한 얘기를 발굴하는 데 있어서 가장 좋은 파트너"라며 "과거 한국 콘텐츠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제외하고 아시아의 장벽을 넘기 힘들었는데, 넷플릭스는 이를 넘어서 전 세계에 한국 창작자의 비전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이 봐주길 원하는 창작자의 꿈을 이루기 위한 최적의 플랫폼"이라고 자부했다.
이를 바탕으로 넷플릭스는 올해에도 다수의 오리지널을 공개할 예정이다. 강 VP는 콘텐츠 투자 규모도 작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투자한 게 총 1조 원이고, 그중에서 작년 한 해만 5,000억 원을 투자했다. 올해는 작년에 비해 10편의 오리지널이 늘어난 만큼, 투자 금액을 유추해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또 가장 기대되는 작품에 대해서는 "바로 다음 작품이다. 지금 시점에서는 '지금 우리 학교는'이라고 볼 수 있다"며 "좀비물은 이미 많지 않냐고 물을 때도 있지만, 학교라는 세팅에서 고립된 학생들이 좀비들과 어떻게 사투를 벌이고 극복하는지 한국적인 요소로 풀어낸 신선함이 있다"고 추천했다.
넷플릭스가 콘텐츠 투자를 결정하는 요소는 복합적이었다. 강 VP는 "콘텐츠는 살아 있는 생물 같아서 여러 요소가 결합돼 결과물을 예측하기 힘들다. 우리가 포커스를 두는 건 한국 시청자들의 취향과 한국의 트렌드, 그 눈높이에 맞춘 콘텐츠"라며 "그 안에 소재, 감독, 작가, 배우가 다 들어 있다. 그래도 시작은 이야기 자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콘텐츠에 대해서는 "수위가 높은 콘텐츠를 만든 건 전략적인 선택이자 자연스러운 한국의 트렌드였다. 지금까지 장르물에 편중됐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장르를 선보일 예정"이라며 "또 여태까지 드라마 쪽에만 집중했다면, 앞으로 오리지널 예능과 영화를 많이 만들 계획이다. 넷플릭스 최초로 기획과 제작에 참여한 오리지널 영화 '모럴센스'를 필두로 다양한 작품이 나올 예정이니 눈여겨봐 달라"고 당부했다.
강동한 VP / 사진=넷플릭스 제공전 세계적으로 한국 콘텐츠가 사랑받는 만큼, 넷플릭스는 문화적인 차이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 VP는 "넷플릭스가 전 세계에 스트리밍을 시작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매일 새로운 배움이 있다"며 "특히 문화적인 부분에서, 우리나라에서 괜찮은 게 다른 나라에서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이를 심각하게 인지하면서 배우는 단계"라고 했다.
2021년 엄청난 성공을 거둔 넷플릭스. 그 안에는 대중이 코로나19로 집 안에 머문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특수를 누렸다는 점도 있었다. 넷플릭스는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잦아들고, 다시 대면 사회가 열린다고 하더라도 좋은 콘텐츠로 승부를 보겠다고 자신했다. 강 VP는 "코로나 전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는데, 코로나 기간에 마스크를 써 보니 감기도 안 걸리고 좋아서 계속 쓸 예정이다. OTT도 마찬가지"라며 "언제, 어디서든 디바이스의 제약을 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형태에 콘텐츠도 좋다면 코로나가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기세가 확 줄진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 이후 콘텐츠 화두에 대해서는 "OTT가 영화와 TV 업계가 만나는 장이 될 것 같다. 여러 시도를 했고, 성공한 경험이 있기에 두 큰 축에 크로스오버 스트리밍이 이뤄지지 않을까"라며 "규격, 장르, 포맷에 구애받지 않은 콘텐츠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즈니+를 비롯해 올해에는 HBO 맥스 등 해외 OTT 플랫폼이 꾸준히 한국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OTT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넷플릭스는 "아직까지 OTT를 보는 분보다 안 보는 분들이 많다. 이렇게 많은 서비스들이 론칭하고 자체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기존 한국 시장의 영화 드라마를 라이선싱 하면서 시장이 훨씬 커질 것 같다"며 "아직 제로섬 게임은 아니다. 많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나오면 한국의 좋은 콘텐츠가 더 발굴되고 소비자는 더 재밌는 콘텐츠를 더 많이 보게 되고 콘텐츠 투자로 이어져서 선순환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넷플릭스의 차별화 전략에 대해서는 "경쟁 환경 안에서 자신 있다. 우리가 한국 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한국 콘텐츠 생태계에서 여러 가지 협업을 한 지 벌써 6년이 지났다"며 "그때 우리는 가능성을 보고 시작했지만, 지금은 가능성을 넘어서 예상한 걸 훨씬 넘어선 인기와 사랑을 갖고 있다. 그간 우리가 발맞춘 궁합을 바탕으로 한국 창작 생태계와 합을 잘 맞춰서 같이 커나갈 수 있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넷플릭스는 최근 요금을 인상했다. 강 VP는 "우리가 2016년에 서비스를 론칭한 이후 첫 요금 인상이었다. 우리 같은 기업에게 힘든 결정이었고,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는 부분이었다"며 "다만 베이직은 올리지 않았다. 많은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고객들에게 그만큼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했다. 망 사용료 미지불 논란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넷플릭스에게 기대하는 건 좋은 콘텐츠와 그걸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망 사용료는 우리가 굉장히 다른 지점에 있지만 여러 스트리밍 서비스와 ISP(인터넷서비스사업자)는 상호보완적으로 서로 없으면 안 된다"며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앞으로도 논의를 해나겠다. 공동의 고객들을 위한, 최대한의 가치를 전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울러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낸다면 요금이 인상되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