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회의를 앞두고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올 들어 4차례 미사일 실험 발사를 단행한 뒤 ‘레드라인’이라고 평가되는 핵·장거리미사일 개발까지 기어코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앞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에도 대화 카드를 내밀었던 미국의 입장도 강경 대응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지는 등 한반도 긴장감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조선중앙통신은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를 열어 미국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20일 밝혔다. 통신은 “우리가 선결적으로, 주동적으로 취하였던 신뢰구축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8년 이후 중단했던 핵실험과 ICBM 발사 재개를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통신은 또 “정치국은 싱가포르 조미수뇌회담 이후 우리가 정세 완화의 대국면을 유지하기 위해 기울인 성의있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위협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위험계선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며 “국가의 존엄과 국권, 국익을 수호하기 위한 우리의 물리적 힘을 더 믿음직하고 확실하게 다지는 실제적인 행동에로 넘어가야 한다고 결론하였다”고 알렸다. 북한의 이 같은 반응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 13일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첫 제재를 내놓은 지 일주일 만에 나왔다.
미국에 대한 거센 표현도 여러 차례 등장했다. 통신은 “최근 미국이 우리 국가의 정당한 주권행사를 부당하게 걸고들면서 무분별하게 책동하고 있는 데 대한 자료가 통보됐다”며 “미국은 우리 국가를 악랄하게 중상모독하면서 무려 20여차의 단독 제재조치를 취하는 망동을 자행했다”고 언급했다. 또 “미 제국주의라는 적대적 실체가 존재하는 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미국의 날로 우심해지고 있는 대조선 적대행위들을 확고히 제압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한 물리적 수단들을 지체없이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국방정책과업들을 재포치했다”고 언급했다.
북한이 핵실험과 ICBM 재개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미국이 대북 대응책을 전환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새 대북정책을 밝히면서 ‘대화’와 ‘압박’을 병행하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하면서 대화 위주의 대응에만 치중해왔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실험과 ICBM 재개발에 나설 경우, 미국이 선을 넘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한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2018년 이후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실험발사했기에 미국이 경고성 메시지만 낼 뿐 강력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며 “핵개발과 ICBM 발사 재개에 나설 경우, 현재보다 더 강한 경제 제재 등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한편, 미국은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와 관련 지난 18일(현지시간) 안보리 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영국, 프랑스 등이 회의 요청에 동참했고 20일 비공개로 열릴 가능성이 클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