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조치가 예상보다 강하고 신속하게 단행될 것이라는 공포가 시장을 강타하면서 증시를 비롯해 암호화폐 등의 자산 가격이 무섭게 빠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과소평가된 리스크를 의미하는 ‘회색 코뿔소’가 달려온다는 비유마저 나온다. 당장 연준이 25일 열리는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월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어 당분간 시장 변동성이 극대화되는 등 혼란 양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3일(현지 시간) 미 경제 매체 CNBC에 따르면 21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2.72% 급락한 것을 비롯해 다우존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각각 1.30%, 1.89% 하락했다. 다우는 6거래일 연속, S&P와 나스닥은 4거래일 연속 빠졌다. 특히 나스닥의 주간(1월 17~21일) 낙폭은 7.6%로,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10월 이후 최대다. CNBC는 “나스닥은 지난해 11월 19일 사상 최고치 대비 15.5% 하락했다”며 “연초 14거래일의 하락 폭은 2008년 이후 가장 크다”고 보도했다.
연준의 고강도 긴축 조치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공포가 시장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9일 장 중 한때 1.9%를 찍으며 2019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기술주가 집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올 들어 넷플릭스의 주가는 52%나 급락했고 엔비디아와 아마존의 하락 폭도 각각 26%, 17%에 달할 정도다. 비트코인 역시 개당 3만 5,000달러 안팎에서 거래돼 두 달여 만에 반토막이 됐다. 존 퍼시노스 인베스팅데일리 에디터는 “‘블랙스완’은 잊고 ‘회색 코뿔소’를 두려워하라”고 지적했다. 자산운용사 GMO의 제러미 그랜섬 수석투자전략가는 “미 증시는 슈퍼 버블 상태”라며 “연준이 개입하더라도 폭락을 막기는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업 실적이 방파제가 돼줄지도 관건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마이크로소프트·테슬라·애플 등 미국 빅테크와 현대차·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기업의 실적 발표가 이번주 대거 있다”며 “결과에 따라 시장의 충격이 배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