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미술경매사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올해 첫 메이저경매가 각각 오는 25일과 27일에 열린다. 서울옥션은 136점 약 61억원 어치, 케이옥션은 144점 약 187억원 규모의 작품을 출품했다. 매년 1월 메이저경매는 한 해 미술 시장의 트렌드를 미리 보여준다는 점에서 조금 특별하다.
■더 확고해진 블루칩 강세…구사마,이우환
지난해 작가별 낙찰총액 1위의 이우환(약 395억원·414점)과 2위의 구사마 야요이(약 365억원·199점)의 인기는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 수요자 취향 뿐만 아니라 미술사적으로도 안정된 작가들인 데다, 수작(秀作)의 희소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들의 소품과 판화들을 많이 만날 듯하다.
서울옥션에는 A4용지 크기 만한 붉은색 유화 ‘호박’(22×27.3㎝)이 추정가 9억5,000만~11억원에 출품됐다. 케이옥션에서는 검은 바탕에 노란 선들이 그물을 이룬 ‘인피니티 넷츠(Infinity Nets) TSWA’(145.5×112.1㎝)가 추정가 10억~20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이우환의 1987년작 ‘바람과 함께 S8708-39’(72.7×90.9㎝)는 지난 2020년 7월 2억4,000만원에 낙찰된 것이 1년 6개월여 만에 리세일로 케이옥션 경매에 나왔다. 추정가는 3억5,000만~5억원으로 최근의 상승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환기는 30억원 이상 초고가 전면점화(點畵)의 ‘손바뀜’이 마무리 돼 매물이 없는 상황에서 1950~60년대 유화나 종이 작업 위주로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케이옥션의 1955년작 ‘산’(23억~35억원)은 김환기가 파리로 건너가기 직전에 작업한 것으로, 물감을 겹겹이 칠해 만든 두터운 질감이 특징이다. 여러 톤의 초록으로 그린 산의 기운과 산 끝에 걸린 해와 달 등이 독특한 분위기를 이룬다.
■박서보 신기록 기대…윤명로,하종현 활약
지난해 ‘서보코인’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낙찰총액 196억원(222점)을 기록한 박서보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올해 작가의 최고가 기록 경신도 기대된다. 박서보의 국내 최고가 낙찰기록은 11억원이며, 해외에서는 2018년 소더비 홍콩경매에서 19억4,0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1985년작 130.3×162.2㎝ 크기의 ‘묘법No.213-85’이 추정가 9억~13억원에 케이옥션에 오른다. 서울옥션은 2011년 후기작 붉은 색 ‘묘법No.110218’(이하 추정가 6억~8억원)과 78×97.8㎝ 크기의 1979년작 연필작업 ‘묘법No.58~79’(2억8,000만~4억5,000만원)를 경매에 올린다.
박서보·정상화·이우환이 견인한 한국의 단색조 회화인 ‘단색화’의 열기는 계속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단색화’ 작가로 분류되는 권영우·윤형근·정창섭 등에 대한 관심도 뜨거운 가운데, 윤명로와 하종현의 작품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케이옥션에 나온 하종현의 ‘접합 97-015’(1억5,000만~2억6,000만원), 윤명로의 ‘얼레짓 84-523’(6,000만~9,000만원)은 작가의 대표작이라 해도 손색없을 작품들이다.
■이건용·이배 이어 김구림·이강소 기대
지난해 한국 행위예술의 선구자 이건용과 숯의 물질성을 파고든 이배의 치솟은 인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는 한국 아방가르드의 대표 작가 김구림과 이강소의 약진을 주목할 만하다. 김구림의 1985년작 ‘나무’(9,000만~1억6,000만원·서울옥션), 1987년작 ‘나무,산’(7,000만~1억5,000만원·케이옥션)은 경매에 잘 나오지 않던 전성기 대형 유화들이라 눈길을 끈다. 케이옥션이 이강소의 ‘허(虛)-09010’(9,000만~2억원) 등 4점을 출품했다. 글로벌 분점을 둔 세계적 화랑이 이강소의 전속작가 영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광폭 활약이 기대를 모은다.
이밖에 해외 거장의 판화는 시장거래가 활발해 환금성이 좋기에 인기다. 알렉스 카츠·멜 보크너·데이비드 호크니·줄리안 오피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의 설치작가 시오타 치하루는 조각을 구하기 어려운 대신 드로잉 수요가 많다. 캐릭터가 강조된 옥승철·에드가 플랜스·아담 핸들러·록카쿠 아야코·호소카와 마키 등의 젊은 작가는 같은 세대인 MZ컬렉터들의 지지 속에 상승세를 보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