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는 루키지만 2022년 통화정책 방향을 잡아나갈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그의 말을 유의해서 들어야 합니다.”
지난해 12월 블룸버그통신은 월러 이사에 대해 이 같은 평가를 내렸다. 지난 2020년 12월 18일 취임해 1년밖에 안 된 월러 이사가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종료와 대차대조표 축소, 금리 인상 같은 굵직굵직한 이슈에서 매파적 모습을 보이며 정책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월러 이사는 “테이퍼링 속도를 두 배 높여야 하며 이것이 끝나면 양적긴축(Quantitative Tightening·QT)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에는 한 발 더 나아가 오는 3월 첫 금리 인상과 6월께 대차대조표 축소 개시, 9·12월 추가 금리 인상을 주장했다. 이달 들어서는 금리를 4~5회 올릴 수도 있다고도 했다.
그의 생각은 하나씩 현실화하고 있다. 대차대조표 축소는 후반기로 미뤄졌지만 연내 시작이 기정사실화했다. 3월 금리 인상 가능성도 마찬가지다. 선두에 월러 이사가 있는 셈이다. 25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그의 목소리가 상당 부분 담길 가능성이 있다.
월러 이사의 발언권이 센 이유는 그가 혼자가 아니라는 데 있다. 그는 연준 내 대표 매파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밑에서 연구담당 디렉터를 지냈다. 최근 대차대조표 축소에 관한 논의는 월러 이사와 불러드 총재, 두 사람이 주도하고 있다.
기존 매파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현재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총재와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총재가 매파로 분류된다. 시장에서는 세인트루이스와 캔자스시티의 위치를 따 이들을 ‘중서부 매파’로 부른다. 불러드와 조지, 메스터 총재 모두 올해 투표권이 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월러 이사는 세인트루이스 연은에서 불러드를 위해 일했다”며 “둘은 전형적인 매파였던 조지와 메스터 총재 등과 함께 중서부 매파”라고 전했다.
월가에서는 당분간 매파가 득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7%나 폭등했고 연준 안팎에서 정책 실기론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반기로 갈수록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1차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명한 3명의 신임 이사가 비둘기파다. 지난 15일 바이든 대통령은 전 재무부 부장관 세라 블룸 래스킨과 리사 쿡 미시간주립대 교수, 필립 제퍼슨 데이비드슨 칼리지 교수를 연준 이사로 지명했다.
이들은 대통령(워싱턴)이 지명했다는 점에서 ‘워싱턴 비둘기’다. 다음 달 초 상원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금리 인상이 유력한 3월 FOMC를 비롯해 상반기에는 대세를 따르겠지만 인플레이션 추세와 경기 둔화 정도에 따라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월가의 가장 큰 걱정 가운데 하나는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급브레이크를 밟을 경우 내년 초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준의 바람대로 3분기부터 물가상승률이 꺾이기 시작하면 비둘기파들이 전면에 부상할 수 있다. 최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연말께 인플레이션이 2%대로 내려올 것이라고 했다. 대차대조표 축소만 해도 증시와 채권시장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올해 통화정책에 전반전과 후반전이 있다고 보면 전반전에는 매파들이 앞서겠지만 후반전으로 갈수록 비둘기파들이 상황을 보면서 앞으로 나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큰 틀에서 긴축을 유지하더라도 그 폭과 속도를 두고 매파와 비둘기파들이 하반기부터 격론을 벌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 지명자를 중심으로 비둘기파가 뭉칠 가능성이 있다. 백악관과 민주당 역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과도한 긴축에 따른 시장 붕괴를 원하지 않는다. CNBC는 “현시점에서 통화정책에 관해서는 매파와 비둘기파의 이견이 적다”면서도 “연말께는 긴축 규모를 두고 이들이 충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