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요리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데번 노리스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지 2년 만에 연봉이 20% 올라 4만 7,500달러(약 5,670만 원)가 됐다. 하지만 식품·가스·자동차보험·공공시설 등 기본 지출이 급증하면서 그의 소비 여력은 1년 전보다 줄어들었다. 월세 950달러를 내며 방 2개짜리 집에 살고 있었지만 집주인이 임대료를 올리면서 그는 다시 이사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생계를 위해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도 시작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인력난으로 몇 년 동안 정체됐던 임금이 오르고 있지만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소비 여력이 줄어 오히려 미국 노동자들의 지갑은 얇아지고 있다. 22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물가를 반영한 지난해 12월 미국의 임금 상승률은 -2.4%로 나타났다. 명목임금 상승에도 실질임금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12월 민간 부문의 시간당 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4.7% 올랐지만 물가가 7% 상승함에 따라 임금 인상분을 상쇄했다.
공급망 붕괴와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미국의 물가는 지난해에만 7% 올랐다. 40년 만의 최고치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자료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은 1년 전보다 50% 상승했다. 육류·생선·계란 가격은 13% 가까이 올랐다. 난방비도 급등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올겨울 추운 날씨가 예상돼 난방비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해양대기청은 연료의 종류에 따라 가정마다 700~1,700달러의 추가 난방비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시중에 고물가 기대가 형성되면 기업은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노동자는 임금 인상을 요구해 물가가 추가로 오르는 '임금과 물가의 악순환적 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아직 '임금·물가 소용돌이'의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