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가 머지않은 시일 내 종료될 수 있다는 낙관론이 해외 곳곳에서 힘을 얻고 있다. 오미크론이 코로나19 우세종으로 자리 잡으며 감염이 크게 늘어난 국가·지역들에서 최근 확진자 수가 정점을 지나 줄어드는 추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계절성 감기와 같은 엔데믹(풍토병)으로 곧 전환될 수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23일(현지 시간)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2월 중순까지 미국 대부분의 주(州)에서 오미크론 확진자 수가 정점에 달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과신하고 싶지는 않지만 현재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처럼 보이고 상황이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확진자 수가 정점을 찍은 후 감염률이 급격히 하락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이스라엘의 오미크론 확산 패턴을 근거로 들었다. 실제 오미크론이 가장 먼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남아공은 지난해 12월 15일 신규 확진자 수가 2만 6,976명으로 정점에 이른 뒤 급감하기 시작해 이달 22일에는 3,049명까지 떨어졌다.
미국 북동부와 중서부 지역도 오미크론이 이미 정점을 지나 감소하는 상황에 접어들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의 1주일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이달 14일 기준 80만 6,800여 명으로 최고치를 찍은 뒤 하락하고 있다. 이달 23일 기준 일평균 확진자 수는 69만 448명으로 전날과 비교해 1만 5,430명 줄었다. 뉴욕주에서는 코로나19 확진율이 10% 아래로 하락했다.
다만 동부와 달리 서부 지역은 오미크론 확산세가 아직 강하다. 파우치 소장은 “미국 서부와 남부 주에서는 여전히 확진자가 늘고 있다”면서도 “정점을 찍은 후 급감하는 패턴을 따른다면 미국 전역의 오미크론 확산세는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에서도 오미크론 파동이 진정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달 중순 영국 전역에서 17만 명대까지 치솟았던 일일 확진자 수가 최근 7만 명대로 줄어들며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영국 통계청은 “이달 6일까지 코로나19 감염률이 20% 감소했다. 대부분 지역과 모든 연령층에서 확진자가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15일까지 1주일 동안 감염된 약 3만 4,000명은 대부분 증상이 경미하거나 무증상”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방역패스 등 방역 규제 조치를 완화하고 있다. 영국은 이달 20일부터 재택근무 권고를 폐지했으며 오는 27일부터는 실내 마스크 착용과 방역패스 규제를 중단하기로 했다. 프랑스도 파리의 확진자가 속출하자 이를 정점으로 보고 오히려 다음 달부터 코로나19 규제를 완화할 계획이다.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이 사그라들면서 경제 회복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FT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 비해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자리 잡은 지금이 유럽 경제에 훨씬 적은 피해를 주고 있다. 높은 백신 접종률과 함께 사람들이 코로나19를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전역의 확진자 수가 코로나19 대유행 시작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지만 이동 데이터를 살펴보면 영화관과 호텔 예약 등의 수치는 크게 줄지 않고 있다. 버트 콜린 ING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이 오미크론 파도로 희미해지고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이동성은 경제활동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는 경제학자들의 성장 예측에도 반영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기관 바클레이스의 경제학자인 실비아 아르다냐는 “오미크론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유럽은 내수가 살아나 다시 0.2%가량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미크론이 고용시장에 큰 타격을 줬다는 징후도 거의 없다. 유럽 실업률은 지난해 11월 이미 감소해 2019년 평균을 밑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