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지난해 아파트 재산을 시세보다 62% 가량 낮은 가격으로 신고했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올 3월에 있을 공직자재산 신고를 앞두고 이 같은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경실련은 27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3월 기준 국회의원 아파트 재산은 시세 기준 총 2975억 원이었지만 신고가액은 62% 수준인 1840억 원이었다”며 “1인 평균 5억 4000만 원이 축소 신고됐다”고 밝혔다.
경실련에 따르면 지난해 3월 21대 국회의원 아파트 재산은 시세 기준 1인당 평균 14억 1000만 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신고가액은 1인당 평균 8억 7000만 원에 그쳤다.
신고액과 시세 차이가 가장 큰 의원은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으로 신고액(81억 8000만 원)이 시세(132억 7000만 원)보다 50억 9000만 원 적었다. 박 의원 다음으로는 박병석 국회의장(20억 3000만원), 양정숙 무소속 의원(18억 7000만 원),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18억 5000만 원),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18억 원) 순으로 시세-신고액 차이가 컸다.
정당별로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아파트 1채당 평균 5억 4000만 원으로 신고했으나 시세는 8억 9000만 원으로 나타났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1채당 평균 8억 5000만 원을 신고했지만 실제 시세는 13억 7000만 원이었다.
경실련은 "공직자 부동산 재산신고는 공시가격과 실제 거래 금액 중 더 높은 금액으로 신고해야 하지만, 실거래 금액을 '본인 기준 실거래'로 국한해 해석하면서 국민에게 재산을 축소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부동산 재산은 공시가와 시세를 같이 기재하도록 하고 가족 재산에 대한 고지 거부 조항은 폐지해야 한다"며 여야 대선후보들의 공약 채택을 촉구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국회의원 3명 중 1명에 달하는 105명은 가족 재산고지를 거부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51명, 국민의힘 의원 45명이 가족의 재산고지를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유로는 독립생계 유지가 13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타인 부양이 17명이었다.
경실련은 이와 함께 국회의원들의 아파트 시세가 문재인 정부 들어 평균 5억 8000만 원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7년 5월에는 국회의원들이 보유한 아파트는 1채당 평균 7억 1000만 원이었으나 지난해 12월 12억 9000만 원으로 올랐다.
경실련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국희의원 등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 신고가 2월말까지 진행될 예정인데 이번 신고에는 시세가 제대로 반영돼야 할 것”이라며 “3월 공개 재산도 추후 검증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이번 조사는 21대 국회의원 294명을 대상으로 이뤄졌고 그중 211명이 보유한 아파트 259채를 대상으로 분석이 진행됐다. 시세 조사는 KB국민은행, 다음, 네이버 등의 부동산 시세 및 실거래가 정보가 활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