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구 ‘페북’ 현 ‘메타’의 진짜 속을 들여다 보다

■메타 페이스북

스티븐 레비 지음, 부키 펴냄






‘창업자의 이상주의는 한때 거대 기술 기업들의 중요한 토대였으나 이제는 파우스트식 거래의 소산으로 치부된다.’(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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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을 제외하고 74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이 한 문장이 아닐까 싶다. 신간 ‘메타 페이스북’은 미국의 대표적인 테크 저널리스트로 평가받는 스티븐 레비 와이어드 선임 기자가 3년간 저커버그를 포함해 현 ‘메타’ 구 ‘페이스북’의 전현직 임직원과 외부 관계자를 대상으로 300여 차례 인터뷰해 완성한 책이다. 잘 나가는 테크 기업과 창업자를 떠받드는 영웅 신화와는 거리가 멀다. 저자는 냉철하게 저커버그의 다양한 얼굴을 살펴보고, 그와 그의 회사 입장에선 달갑지 않을 ‘오늘의 초상’을 담아냈다. 미국에서는 2020년 출간됐으며 원제는 ‘페이스북: 더 인사이드 스토리’다. 페이스북이 지난해 10월 사명을 ‘메타’로 변경하면서 이번에 국내에 번역 출간된 책 제목은 ‘메타 페이스북’이 됐다.

책의 큰 틀은 기존에 나온 페이스북 분석 서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학생 인맥 쌓기 어플리케이션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 왕국, 플랫폼 제국, 이제는 메타 월드 구축으로 나아가는 페이스북의 행보를 추적하고 해부한다. 그러나 ‘비슷한 틀’을 ‘다르게 채우는’ 풍성한 인터뷰는 이 책의 미덕이다. 이 책 출간을 위한 저커버그와 인터뷰는 물론이고, 그의 일기장, 페이스북의 악행(?)을 폭로한 전 직원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취재와 상세한 묘사는 우리에게 익숙한 서비스의 탄생 과정은 물론이요, 페이스북이라는 회사와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야망과 창조적 충동, 탐욕, 성공을 향한 열망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책의 상당 부분에서는 페이스북을 향한 비판적 평가가 두드러진다. 예컨대 페이스북의 경쟁 전략에 대한 분석은 오싹하리만큼 냉혹하다. 저자는 페이스북이 경쟁자를 상대하는 전략을 이렇게 정리한다. 1. 현재나 미래에 위협이 되는 회사를 찾아낸다. 2. 인수를 시도한다. 3. 팔지 않으면 베낀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위치 정보와 게임 기법을 이용해 사람들이 할 일을 발견하고 서로를 찾게 도와주는 모바일 앱 ‘포스퀘어’를 인수하려다 실패하자 대놓고 짝퉁을 출시했다. ‘장소(place)’라는 자체 앱으로 이용자가 업체나 장소에 체크인하는 포스퀘어의 대표 기능을 베낀 것이었다. 트위터 인수에 실패하자 뉴스피드 알고리즘을 트위터처럼 변경했고, 프라이버시 정책을 바꿔 게시물 공개를 ‘친구만’에서 ‘전체 공개’로 변경하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이나 왓츠앱처럼 인수에 성공했다 해도 일정 기간은 독자적인 운영을 약속했지만, 나중에는 기존 창업자들을 축출하고 모두 페이스북 프랜차이즈로 복속시켰다. 결국, 이런 전략은 반독점 위반 소송의 계기가 됐다.

저자는 저커버그가 학창시절 팬심 가득한 친밀함을 느꼈던 인물을 짧게 소개한다. 그 주인공은 바로 아우구스투스 황제. 로마의 빼어난 정복자이자 너그러운 통치자인 동시에 추악한 권력욕에 사로잡힌 복잡한 인물이었다. 끊임없이 경쟁사를 인수하거나 카피하는 저커버그. 이용자의 개인 정보 및 프라이버시 침해엔 안일하게 대처한 저커버그. 페이스북 플랫폼을 구축하는 개발자들에겐 편의를 제공하다가도 어느 순간 가차 없이 내치는 저커버그. 다양한 얼굴의 창업자와 그의 왕국에선 자연스레 누군가가 떠오른다.

책은 이 밖에도 2016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을 비롯한 페이스북과 관련한 핵심 논란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한편, 저커버그의 주요 의사 결정 막전막후, ‘메타’로의 사명 변경에 담긴 함의 등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3만 3000원.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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