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우크라이나 갈등에 우리 라면값이 오른다고요?[뒷북경제]

글로벌 이상기후, 공급망 병목에 우크라이나 갈등까지 겹쳐

우크라이나 세계 최대 밀 생산국가

복합 식량지수는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최악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 충돌 가능성이 연초부터 전세계 시장을 긴장 속으로 밀어 넣고 있습니다. 만에 하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실제로 침공할 경우 가뜩이나 급등하고 있는 전세계 물가가 더 뛰어오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입니다.



당장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우리가 즐겨 먹는 라면 값이 오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국내 라면 업계 1위인 농심이 지난해 8월 라면 출고가격을 평균 6.8% 인상한 뒤 마트 자체 브랜드 PB 라면들도 줄줄이 가격을 인상했는데, 다시 한 번 인상 압박 요인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우크라이나는 라면의 핵심 원료인 밀의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옛 소련의 곡창기지 역할을 했습니다. 최근 전세계 선물 시장에서 곡물값이 뛰는 것도 이런 이유에 따른 것입니다.

이에 따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1.1% 상승했습니다. 설탕을 제외한 모든 품목의 가격이 올랐고 유지류와 유제품 가격지수는 각각 4.2%, 2.4%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FAO는 매달 24개 품목에 대한 국제가격동향을 조사해 5개 품목군별 식량가격지수를 발표합니다.

한 시민이 마트에서 라면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한 시민이 마트에서 라면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지난달 유지류 가격지수는 185.9포인트로 전월(178.5포인트) 대비 4.2%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33.8%나 올랐습니다. 세계 최대 팜유 수출국인 인도네시아의 수출량 감소 전망과 함께 주요 생산국의 생산량 감소로 팜유 가격이 올라서입니다. 팜유 역시 라면의 주요 원료 중 하나입니다.

관련기사



또 FAO가 곡물, 식물성 기름, 유제품, 육류, 설탕의 국제 거래가격을 종합해 산출한 1월 세계식량가격지수(FFPI)는 135.7로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사태 후 최고치를 나타냈습니다. 세계적으로 식료품 인상에 따른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물론 최근 식료품 값 인상을 모두 우크라이나 정세 불안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보다 근본적 원인을 살펴보면 이상 기후에 따른 주요 농산물 생산국의 가뭄과 태풍, 공급망 병목 현상과 에너지 가격 급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봐야 합니다. 이런 연쇄적인 가격 압박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기름을 붓는 형국인 셈이죠.

에너지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러시아는 유럽 천연가스 공급의 약 40%를 차지하는 최대 가스공급국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습할 때 유럽연합(EU)이 개입할 경우 이 가스밸브가 잠길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이미 미국과 EU는 에너지 공급 문제에 대한 비상 플랜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크라이나 국경 수비대원이 국경을 순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우크라이나 국경 수비대원이 국경을 순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리나라의 대응은 어떨까요. 정부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우리 물가와 공급망에 미칠 영향에 대해 바짝 긴장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우리나라 금융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것은 다행스러운 부분입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이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 TF회의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우리나라 금융시장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요인을 감안한 발언입니다.

그는 “국내 금융회사의 대(對) 러시아·우크라이나 익스포저(리스크 노출 금액) 수준이 전체 해외 익스포저의 0.4%에 불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국제 원자재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 비축유 긴급대여 등으로 신속 대응하고 2월 중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종합 계획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우리가 먹는 라면이나 에너지 가격이 오르는 것은 둘째치고 나라 간 갈등 때문에 애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종=서일범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