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시론]위기의 전조(前兆), 경기회복 없는 무역수지 적자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97년 환란 전에도 적자 급증했듯

글로벌 인플레, 국내 확산 뻔한데

정부는 추경 등 대규모 지출 예고

재정건전성 강화로 방향 틀어야






수출이 15개월 연속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 1월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한 553억 2000만 달러로 역대 1월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와 석유화학처럼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품목 중심으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수입이 35.5% 증가를 보이며 무역수지 적자는 48억 9000만 달러 규모로 월 기준으로 거의 역대 최고 수준이다.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면 수출보다 수입이 많다는 뜻이어서 외환 보유액이 감소할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반드시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국내 경기회복에 따라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면서 수입이 증가한 것이라면 오히려 경기 개선의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발생하고 있는 무역수지 적자는 이런 긍정적인 상황과는 거리가 있다. 즉 국내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로 수입이 급증하기보다 에너지를 비롯한 원재료의 수입 물가 상승과 관련이 높다. 같은 물량을 수입해도 가격이 폭등하며 수입액이 증가한 것이다. 2021년 12월 달러 표시 수입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0%에 달한다. 특히 원재료의 수입 물가 상승률은 46.2%였다. 즉 경기회복 때문이 아니라 원자재 중심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가격 상승 때문에 수입 결제 금액 증대가 발생했고 결과적으로 무역수지가 나빠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경제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과 관련이 깊은 위기가 1970년대와 1980년대 초반에 발생한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이다. 당시 기업은 급등한 국제 유가에 따라 원가가 증가했고 이를 상품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과정에서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이 생기고 경기가 극심하게 침체하며 위기가 발생한다. 실제로 당시 한국 경제는 심각한 무역수지 적자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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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한국 경제가 경험한 대표적 위기인 1997년 외환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에도 수입이 수출을 압도하는 무역수지 적자 급증이 기록됐다. 예를 들어 1997년 외환 위기를 앞두고 무역수지는 1994년 38억 6000만 달러, 1995년 70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고, 그 직전이던 1996년에는 전년도 적자 규모의 2배를 넘는 173억 4000만 달러까지 무역수지 적자가 급증한 상황이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한 2008년에도 그 이전까지 흑자를 보이던 무역수지가 그해 2월 3억 8000만 달러, 5월 5억 6000만 달러 적자를 나타내다가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본격화된 9월의 직전인 8월에는 22억 3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다. 이 경우도 무역수지 적자 발생이나 급증을 경기회복의 결과로 보기 어려웠던 때다. 결국 경기회복의 신호로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한다면 위기의 전조로 해석될 수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정치 일정을 앞두고 추가경정예산을 비롯한 대규모 정부지출이 예고되는데, 이러한 대규모 재정 적자는 그 자체가 위기의 원인이면서 무역수지를 악화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이기도 하다. 흔히 쌍둥이 적자라고 부르는 것인데, 최근처럼 국가 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재정 건전성 악화와 국가 신인도 저하에 대한 우려가 번져 있는 상황에서 무역수지 악화로 인한 외환 보유액 감소가 겹친다면 최근 환율의 불안정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위기의 전조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의 국제적인 원가 상승 자체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경기회복 없는 무역수지 적자와 같이 위기의 전조가 번지는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과 외환 관리를 포함해 전반적인 거시경제 위험 관리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정치 일정을 앞둔 때일수록 방만한 정부 지출과 함께 경제의 위험 관리에 소홀해지고 위기로 연결되기 쉽다는 사실에 유의하며 위기 관리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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