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코로나19가 여전히 전세계에서 맹위를 떨쳤지만 기업들은 비대면의 장애를 넘어 왕성한 투자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공격적 기업 투자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인수합병(M&A) 규모는 세계적으로 5조 8000억달러(약 6905조원)에 달해 사상 최대를 찍었고, 우리나라 역시 상장·비상장사를 가리지 않고 1000건 가까운 M&A가 단행돼 58조원 넘는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수 있는 M&A는 투자은행(IB) 업계에서 최고 난이도의 딜(Deal)로 꼽힙니다. 한국의 IB명가들에서 M&A의 산실로 자리잡은 곳들을 서울경제신문의 자본시장 전문 매체인 시그널(Signal)이 찾아가 담당자들을 만나면서 다양하고 입체적인 이야기를 전달해보겠습니다.
NH투자증권(005940)은 2018년 정영채 대표 취임 이후 투자은행(IB)의 강자로 성장을 거듭해했다. 기업공개(IPO)와 회사채 발행을 막론하고 매년 업계 최상위권 주관 실적을 기록해온 NH투자증권은 이제 M&A 자문에서도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아성을 넘어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이 기업들에 전방위적인 IB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변화하는 데 성공 여부도 지난 연말 본부로 승격한 어드바이저리본부가 쥐고 있다는 기대가 나올 정도다.
어드바이저리본부의 주력인 인수합병(M&A) 자문은 외국계 증권사와 국내 빅4 회계법인의 영역으로 인식돼 왔다. 국내 대형 증권사들 조차 대부분 수익성이 담보된 IPO 등의 IB 업무에 집중하면서 M&A 자문 분야 경쟁력 강화에는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IB업계에서 잔뼈가 굵고 국내 최고 전문가로 통하는 정영채 대표의 존재감은 NH투자증권을 다른 국내 증권사들과는 사뭇 다른 길로 인도하고 있다. 법인 고객들의 지배구조나 사업구조를 재편할 때 최적의 결론을 도출하려면 M&A 자문을 빼고는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정 대표는 평소 강조해왔다. 지난해 IB 부문 강화로 사상 첫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한 정 대표는 NH투자증권이 M&A 자문에서도 글로벌 위상을 쌓을 때가 왔다고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2020년 5월 투자금융본부 산하 M&A부를 어드바이저리실로 독립시키면서 역량 강화에 첫 발을 뗐다. 이어 지난해 말 어드바이저리실을 본부로 격상시키고 본부장 산하에 M&A 부서장 보직을 별도 신설하면서 힘을 실었다. IB1사업부 내에서 ECM본부나 투자금융본부 등과 M&A 자문 업무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NH투자증권의 M&A 자문 총책은 이주승 어드바이저리본부장이 맡고 있다. 산업은행과 외국계 증권사를 거쳐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에서도 일했던 이 본부장은 한때 금융권을 떠나 글로벌 화학회사인 솔베이(Solvay)의 전략담당 총괄로 재직하기도 했다. 그는 솔베이 근무를 통해 “비로소 기업이 필요로 하는 IB 딜은 어떤 것인지 눈을 떴다”고 겸손해 했다. 이 본부장은 지난 2020년 정 대표가 M&A 자문에서도 진정한 일류로 평가 받아 명실상부한 IB 명가로 자리매김하자는 설득에 ‘뜻한 바 있어’ 친정에 복귀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본부장은 "증권업계의 시각과 달리 법인 고객들은 IB 업무를 영역별로 분리해 생각하지 않고 총체적인 솔루션을 원한다" 면서 "고객별 맞춤형 프로덕트를 제공하기 위해 M&A 자문은 빼놓을 수 없는 영역"이라고 밝혀 정영채 대표의 IB 비전에 동지임을 숨기지 않았다.
이 본부장 합류 후 어드바이저리본부는 매년 외형을 키우고 있다. 초창기 구성원은 그를 포함해 4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2명으로 늘어났다. 이 본부장 중심으로 M&A 자문 업무라면 어떤 대형 딜이라도 처리할 수 있는 진용이 갖춰진 셈이다.
벌써 실적 측면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한 해 어드바이저리본부는 매각 자문을 제공한 4건의 M&A 딜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금호리조트(2,400억 원), 시노코페트로케미칼(2,400억 원), 다나와(119860)(4,000억 원), 인터파크(035080)(2,940억 원) 등 기업 이름만 대면 쉽게 기억할 만한 업계의 관심 있는 딜들이 NH투자증권의 손을 거쳤다. 인수금융 중심으로 M&A 딜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한층 독보적인 측면이 있다.
M&A 자문으로 독립 조직을 출범시킨 지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 NH투자증권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영채 대표의 뒷심 지원도 있었지만 이 본부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다나와와 인터파크를 포함해 커머스 플랫폼 산업군에 속한 기업들을 타깃으로 해 딜 소싱에 집중한 것이다. 이 본부장이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비대면 소비가 활성화하고 커머스 기업에 대한 M&A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는 시장 트렌드를 남보다 한 발 앞서 내다보며 준비한 것이 실적으로 빛을 발한 셈이다. IB 분야에 정통한 인력들이 적지 않은 재벌 그룹들과 달리 개발자 위주인 IT·커머스 기업일 수록 M&A에 대한 외부 자문 수요가 높을 것이란 분석도 적중했다.
올 해 NH투자증권 어드바이저리본부는 딜 소싱과 마케팅을 강화할 수 있는 전문 인력들을 보강해 M&A 자문 금액 및 건수를 늘려나간다는 구상이다. 네트워크를 갖춘 IT 산업군을 공략하는 전략도 이어간다. 아직 초기지만 매각이 논의 단계에 돌입한 플랫폼 기업들이 적잖아 결실을 맺는 딜이 올 해도 다수 있을 전망이다.
이 본부장은 "기업공개(IPO)나 회사채 발행 분야에서 최상위권 입지를 다지고 있는 만큼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M&A 어드바이저리 사업도 강화하겠다" 면서 "M&A 자문에 꼭 필요한 역량을 갖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딜 소싱 측면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올 해의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