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ETF로 美 투자했더니…동학개미보다 못한 서학개미

올 동학개미 -10%·서학개미 -11%

국내보다 해외ETF 1~2% 더 빠져

거래비용 등 추가 부담도 늘어나





연초부터 미국 증시가 흔들리면서 ‘서학개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밤잠을 이루지 못해도 30%가 넘는 고수익으로 웃었지만 올 들어 미국 증시가 하락하며 동학개미들보다 못한 수익률로 울상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상장이냐 해외 상장이냐만 구분될 뿐 미국 증시의 대표 지수인 나스닥100·S&P500지수를 추종하는 동일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조차 수익률 격차가 벌어지면서 다시 국내로 눈을 돌려야 하는 것은 아닌지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져버렸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과 증권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1월 3일~2월 7일) 미국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상장 ‘TIGER 미국나스닥100’은 -10%의 수익률을 기록해 -11%의 수익률을 찍은 미국 상장 ‘Invesco QQQ ETF(QQQ ETF)’를 소폭 앞질렀다. ‘S&P500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상장 ‘TIGER 미국S&P500’도 수익률이 -5%로 미국에 상장된 ‘SPDR S&P500 ETF(SPY ETF)’의 수익률(-7%)을 웃돌았다. 1주당 가격으로 따지면 나스닥100지수 추종 국내 ETF는 1000원, S&P500지수 추종 국내 ETF는 300원가량 해외 ETF보다 수익을 더 냈다. 한 달간 유입된 자금 규모 기준으로 보면 해외에 상장된 QQQ ETF는 209억 원, SPY ETF는 154억 원의 손실이 더 발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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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탁결제원 관계자는 “동일한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라도 국내냐 해외냐는 상장 지역의 차이로 운용사의 운용 노하우와 시장의 불확실성이 미치는 정도가 다르다”며 “연초에 한국보다 변동성이 더 컸던 미국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이 수익률에서 더 큰 손해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동학개미보다 서학개미의 수익률이 떨어지는 또 다른 이유는 국내와 해외 상장으로 갈린 고객의 추가 부담 비용이다. 거래 비용(수수료·총보수)과 환율(환전 비용), 세금 부과(매매 차익) 등 세 가지 측면에서 국내보다 해외에 상장한 ETF가 비용을 더 지급했다.

거래 수수료의 경우 국내 ETF가 0.014%라면 해외 ETF는 0.25%로 훨씬 부담이 크다. 총보수(운용 보수)도 해외 ETF가 0.20%로 국내 ETF(0.07%)보다 0.13%포인트나 높다. 해외 ETF는 환전으로 인해 달러당 15원(야간)도 추가로 지급해야 하고 매매 차익에 양도소득세(250만 원까지 비과세) 22%가 적용돼 배당소득세 15.4%만 부담하는 국내 ETF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낸다. 서학개미가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은 1주당 적게는 500원에서 많게는 3000원에 달한다. 지난해처럼 30%에 달하는 고수익을 기록해 이를 메우지 못한다면 동학개미가 수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상장된 ETF는 환전이 필요 없고 장중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며 보수와 비용이 저렴한 장점이 있는 반면 해외 ETF의 경우 총보수가 높고 환전 비용과 거래 수수료 등 거래에 따른 추가 비용으로 고수익을 기록하지 않는다면 기본적으로 국내 ETF가 투자자에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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