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코인·대체불가토큰(NFT) 열풍을 타고 탄탄대로를 걸어온 게임주들의 주가가 줄줄이 급락했다. 암호화폐 ‘위믹스’의 매출에 기대 역대급 실적을 내놓았지만 정작 본업인 게임 수익이 부진했던 위메이드(112040), 게임의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한 카카오게임즈(293490) 등 블록체인 기술을 내세운 게임 업체들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위메이드는 전 거래일보다 28.89% 폭락한 10만 6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시가총액 6위인 위메이드의 이날 하락 폭은 지난 2009년 12월 상장 이후 최대다. 시총은 하루에만 1조 3,000억 원이 증발하면서 3조 5522억 원으로 급감했다. 이날 카카오게임즈(-5.92%), 컴투스홀딩스(063080)(-15.69%), 넵튠(217270)(-6.93%), 선데이토즈(123420)(-7.53%) 등도 모두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코스닥 시총 상위권을 주름잡고 있는 게임주들이 대거 급락하면서 이날 코스닥지수는 1.63% 급락한 895.68을 기록, 또다시 900선이 무너졌다.
위메이드의 지난해 호실적과 관련한 논란이 게임주들에 대한 투심 붕괴에 불을 지폈다. 위메이드가 발표한 역대급 실적이 본업 수익이 아닌 가상화폐 ‘위믹스’의 일회성 매도분을 반영한 덕분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정작 위믹스 유동화 수익을 제외한 ‘미르4’ 등 게임 및 플랫폼 영업이익은 전체(2539억 원)의 11%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전날 위메이드는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매매에서 하한가(-9.94%)를 기록하기도 했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사상 최대 실적에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이 1조 125억 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연매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지만 마찬가지로 4분기 게임 ‘오딘'의 매출이 예상보다 부진했다. 여기에 당초 투자자들이 기대를 모았던 오딘 지적재산권(IP)를 활용한 P2E 게임 출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에 선을 그어 실망감을 안겼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BORA2.0의 글로벌 블록체인 플랫폼 확장 전략은 현재로서는 너무 막연한 상황”이라며 “성장 잠재력 관련 프리미엄 확보를 위해서는 P2E 게임에서 상당 수준의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주요 게임 업체들이 본업에서 실망스러운 성적을 내놓자 실적 발표를 앞둔 나머지 업체들에 대해서도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컴투스홀딩스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신작 출시가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4분기 실적이 악화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NFT와 관련해서도 검증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오자 주가는 3거래일 연속 약세 마감하며 17% 넘게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