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우윳값 '미스터리'…소비 주는데 가격 계속 올라

20년간 소비 13%↓· 원윳값 72%↑

생산비 연동·쿼터제, 시장 괴리 커

정부, 용도별 차등가격제 등 추진





지난 2001년 우리 국민 1명이 마시는 우유 소비량은 36.5㎏이었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2020년에는 31.8㎏으로 13%가량 감소했다. 반면 지난 20년간 원유가격은 ℓ당 629원에서 1083원으로 72% 넘게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11.8%)과 유럽연합(19.6%)의 원유 값 상승률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우윳값은 소비가 줄어드는데도 가격은 오르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01년 1만 2827가구였던 국내 젖소 사육농가는 2020년 4929가구로 20년 새 61.6%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낙농가구가 줄면서 같은 기간 젖소 사육두수도 54만 8000마리에서 41만 마리로 25.2% 감소했다. 젖소가 줄어들자 원유 생산량 감소로 이어졌다. 2001년 233만 9000톤이던 원유 생산량은 2020년 208만 9000톤으로 10% 넘게 줄었다.

관련기사



그사이 소비자들은 우유를 덜 마시는 대신 치즈·버터·아이스크림 등 우유로 만든 유제품 소비는 늘렸다. 유제품 소비가 20년간 46% 넘게 늘면서 유제품 수입량도 같은 기간 네 배 가까이 급증했다. 유제품 소비 증가분의 대부분을 수입산이 메우면서 원유 자급률은 2001년 77.3%에서 2020년 48.1%로 급감했다. 더욱이 오는 2026년 미국·유럽산 치즈와 시유 관세 철폐를 시작으로 시장 개방이 확대되면 저가의 수입산 유제품이 범람하면서 자급률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 감소에도 가격이 오르는 기이한 우유 가격 구조의 원인 중 하나로 낙농가의 생산비와 연동해 원유가격이 결정되는 ‘생산비연동제’가 지목되고 있다. 2013년 구제역 파동으로 피해 입은 낙농가를 돕고 수급 안정을 위해 도입됐지만 소비 감소로 우유가 남아도는 상황인데도 지나치게 공급자의 생산비 인상 요인만 반영해 우유의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장시간 보관이 어려운 우유의 특성을 고려해 유업체가 낙농가의 원유를 전량 사들이도록 한 ‘쿼터제’ 역시 수요가 쿼터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수요 감소로 유업체가 쿼터 내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면서 정부는 2020년에만 336억 원의 보조금을 유업체에 지원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흰 우유를 만드는 음용유와 치즈·버터에 쓰이는 가공유의 가격을 달리 책정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내 유제품이 수입 제품과의 가격 경쟁에서 뒤처지는 만큼 가공유 가격은 비교적 낮게 책정하되 농가 소득이 줄지 않도록 유업체의 구매량을 더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낙농진흥회의 의사결정 구조도 현행 생산자 중심에서 정부와 학계·소비자단체·전문가 인력을 확대해 중립성을 높이겠다는 개편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생산자단체인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이에 반발해 오는 16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반대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김현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