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암투병 친구 "제발 죽여달라"…살해한 40대 여성 감형

수면유도제 처방받은 뒤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피해자 유서엔 “언니도 피해자다, 내가 힘든 부탁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이미지투데이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이미지투데이




난치성 암 투병으로 힘들어 하던 친구의 부탁을 받고 그를 살해한 4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제2-3형사부(부장 박정훈)는 촉탁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7)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19일 광주 자택에서 함께 살던 B(40)씨의 부탁을 받고 그를 살해한 뒤 주검을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지난해 1월 초 B씨를 2차례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20여 년 전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며 언니?동생 사이로 지냈으며 2011년부터는 한 집에서 함께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에 따르면 B씨는 2014년 암 진단을 받았고, 이후 투병에도 병세는 갈수록 나빠졌으며 통증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사망 직전에는 스스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할 만큼 건강이 악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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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B씨는 2020년 초부터 A씨에게 “몸이 아파 살 수가 없다. 제발 죽여달라”며 여러 차례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020년 말 함께 병원에 가 수면유도제를 처방받은 뒤 한 차례 범행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A씨는 약을 먹고 잠든 B씨를 살해하려고 했지만 중간에 깨어난 B씨가 그만두라고 하면서 미수에 그쳤다.

그러나 이후 A씨는 B씨의 부탁대로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범행 직후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후 B씨의 주검을 27일간 자신의 방에 방치하다가 지난해 4월 15일 경찰에 자수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큰 죄를 지었다. 코로나19로 실직해 병원을 못 데리고 갔다. B씨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전했다. B씨가 작성한 유서에는 “언니(A씨)에게 힘든 부탁을 했다. 언니도 피해자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1심 재판부는 "비록 A씨는 B씨의 부탁을 받고 범행을 저질렀으나 결과적으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갔다"면서 "장기간 같이 생활해 온 동거인으로서 B씨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더 나은 방법을 찾아보려고 노력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A씨는 홀로 일하면서 B씨와 생계를 꾸려왔다"며 "코로나19로 일자리가 없어져 1년 이상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던 점이 B씨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B씨가 A씨를 선처해달라는 취지의 글을 남긴 점, A씨가 자수한 점과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종합 고려했다"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범행 전 B씨를 비교적 잘 돌본 점과 B씨 가족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겁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윤선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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