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동십자각] 정치중립성 골든타임 놓친 검찰·공수처

안현덕 사회부 차장






“대통령 선거 등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 검찰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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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1번지’ 서초동에서 잔뼈가 굵은 한 검사 출신 A 변호사의 말이다. 그는 “인사권을 쥔 윗선의 눈치를 보는 것은 검찰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여느 공무원과 다르지 않다”며 이들 사정기관이 보이는 현재 모습을 ‘복지부동’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정치적 중립성을 가지고 각종 의혹에 접근하기보다는 본인이나 조직의 안위를 위해 수사는 뒷전으로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대통령 선거를 26일 앞둔 검찰과 공수처의 모습은 A 변호사의 지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로비 의혹 수사는 현재 진일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대장동팀’을 재판에 넘겼으나 대장동 개발 사업 과정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는지 등의 진실 규명에는 전혀 다가서지 못한 상태다. 오히려 ‘성남FC 후원’ 의혹 수사를 둘러싸고 수사 무마 등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책임 떠넘기기’ 행태마저 보이고 있다. 수원지검은 지난 7일 부장검사 전원이 참여한 회의 등을 거쳐 성남지청에 성남FC 후원 의혹 보완 수사를 지시했다. ‘현재까지 수사 결과만으로는 혐의 유무를 판단하기에 부족해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는 게 결정의 요지였다. 성남지청은 다음날인 8일 같은 사유로 분당경찰서에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성남FC 후원 의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성남FC 후원금과 광고비 명목으로 160억 원을 받고 6개 기업에 혜택을 줬다는 게 골자다. 사건 수사가 ‘경찰→성남지청→수원지검→성남지청→경찰’로 이어지는 등 ‘폭탄 돌리기’를 하는 모양새다. 공수처도 지난달 24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장모 사건 대응 문건 작성 의혹’을 대검찰청에 이첩했다. 특히 같은 달 21일에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 윤 후보와 관련해 고발한 22건의 사건을 검찰·경찰에 넘겼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공수처가 이미 ‘정치 중립성을 지키고 있다’는 점을 입증할 시기를 놓쳤다는 말이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됐으나 진실 규명에는 전혀 근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핑퐁식 사건 이첩이나 늦장 수사 등으로 ‘권력 눈치 보기’나 ‘살아 있는 권력에는 칼을 드리우지 못한다’는 논란을 자초해 왔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명시된 검찰청법 4조(검사의 직무)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8조(수사처 검사)마저 포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검찰·공수처가 사정기관의 생명과도 같은 정치적 중립성을 스스로 살려낼 ‘골든타임’을 놓친 셈이다. 두 기관 모두 정치적 중립을 포기하는 것은 아닌지, 또 스스로 살아 있는 권력에 고개 숙이는 것은 아닌지 곱씹어봐야 할 때다.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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