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국내 증시가 힘 없이 무너지고 있다. 전쟁 현실화로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오전 11시 20분 기준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54.22포인트(1.97%) 하락한 2693.49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지수는 1.19% 하락 출발한 뒤 일시적으로 낙폭을 회복했지만 이후 2% 안팎으로 변동성을 키웠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196억 원, 1378억 원을 팔고 있다. 기관은 1391억 원을 사들이고 있다.
코스닥은 더욱 취약한 모습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21.82포인트(2.49%) 급락한 855.59에 거래 중이다.
나라 밖 상황도 비슷하다.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32% 하락한 3451.85에, 홍콩 항셍지수는 0.80% 하락한 2만 4,725.10에 출발했다. 일본 니케이225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1.41% 떨어진 2만 7,325.50에 거래를 시작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유럽 정상들과의 화상 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점을 16일로 제시했다고 보도하면서 전쟁 공포가 커졌다. 지난 12일(현지 시각) 바이든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62분간 통화를 했지만 돌파구는 찾지 못했고, 13일(현지시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니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일촉즉발의 군사 위험에 대한 금융시장의 최대 우려는 ‘전쟁으로 물가 고삐가 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3위의 산유국인 러시아가 전쟁에 뛰어들면 원유 공급에 큰 차질이 빚으며 장기적이고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대치(7.5%)를 기록한 배경에는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 컸고 미국의 긴축 가속 우려로 연결됐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빵 바구니’로 불리는 세계 5위의 밀 수출 국가라 곡물 가격 급등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전쟁 리스크로 인해 물가 압력이 통제권을 벗어날 여지가 높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화되거나 장기화되면 과거 1970~1980년대 오일쇼크처럼 원유 공급 충격에 의한 하이퍼 인플레이션 국면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기존의) 공급 병목현상에 의한 물가 압력, 그린인플레이션 압력에 이어 오일쇼크발 인플레이션과 에그플레이션 압력 마저 더해지면서 동시 다발적인 물가 리스크가 현실화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에도 우크라이나 전개 상황에 따라 국내 증시가 예민하게 반응할 것으로 점쳐진다. 박 연구원은 “전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가장 주목하고 있는 신용 스프레드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심각한 위기 징후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추이 전개를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