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범이 최근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유사 마약을 만드는 방법’이나 ‘최음제의 종류’ 같은 부적절한 내용이 담긴 글이 검찰 공식 사이트에 20년 가까이 게시돼 있어 콘텐츠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기자가 접속한 ‘검찰 형사 지식 공개 서비스’ 홈페이지 첫 화면의 ‘인기 지식’ 코너에는 게시 글이 순서대로 나열돼 있다. 첫 번째 게시 글은 ‘최음제는 마약이 아닙니다. 다만 마약이 최음제가 될 수는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다.
게시 글에는 최음제의 종류와 효과, 유사 마약인 이른바 ‘정글 쥬스’를 만드는 법 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 게시 글은 “진정한 최음제는 적절한 운동과 건강한 생활”이라면서도 “코OO은 성욕 자극제로 이용하기도 하는데 체내 에너지의 일시적인 폭발과 자신감을 유발한다. 마OOO는 일반적으로 성감을 고조시키는 물질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오히려 성욕이나 오르가슴의 강조를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완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게시 글은 또 “우수한 감기약인 러OO는 약국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화학구조는 모르핀계 마약과 매우 비슷하며 강한 중추신경 억제성 진해 작용이 있다. 소주 등에 다량의 러OO와 지OO를 타서 마시는 것을 청소년 사이에서 ‘정글 쥬스’라고 하는데 이것을 마시면 상승 효과가 있어 매우 강한 도취감을 즐길 수 있다”고 소개한다.
해당 사이트는 대검찰청 사이트 첫 화면 하단에 연결 배너가 있는 검찰 주요 공식 사이트 중 하나다. 해당 글은 지난 2002년 작성됐다. 20년 동안 일반 시민에게 버젓이 노출돼 있었다는 얘기다. 특히 아직 가치관이 제대로 성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이 모방 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콘텐츠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검찰청이 지난해 발간한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2020년 마약류 사범 적발 인원은 1만 8050명으로 전년(1만 6044명) 대비 12.5% 늘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청소년 마약 사범은 313명으로 전년 대비 31%나 증가했다. 당시 대검은 “스마트폰 이용이 보편화되면서 청소년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포털 사이트 검색 등을 통해 호기심에 마약류를 구매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약 관련 전문가들은 마약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데도 검찰이 이 같은 정보를 공식 사이트에 버젓이 게시해둔 데 대해 ‘난센스’라고 전했다.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콜학과 교수는 “마약의 유해성을 왜곡해 청소년 등이 마약을 사게끔 만들 수 있는 문제적 게시 글”이라며 “지식 전달이라는 당초 코너의 취지와 달리 오히려 마약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십 수년 전에 내부 공유를 위해 게시했던 글인데 사이트를 개편하면서 외부 공개로 전환, 미처 정리가 되지 못했던 부분”이라며 “내용상 부적절한 측면이 있어 즉시 삭제 조치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