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공감] 내 악담을 하는 사람을 만나러 갔다






아직도 어딘가에서 그녀에 대한 악담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한 사람에게 그녀는 연락을 해보고 싶어졌다. 차 한잔할래, 하고 느닷없는 연락을 건네어 그 사람을 불러내고 싶어졌다. 상식에 입각하지 아니한 채로, 체면도 없고 자존심도 없는 사람처럼 그 사람을 마주하고 앉아보고 싶어졌다. (…) 얼마나 고마웠는지, 받았던 사랑이 살아가는 데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말해주고 싶어졌다. (…) 그녀와 함께 사랑으로 걸어 들어갔던 그 입구에서의 아름다웠던 모습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었음을, 사랑을 끝낼 때의 그 엉망진창인 모습은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아니었다고 말해주고 싶어졌다. (김소연,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2019년 문학과지성사 펴냄)





한 시인이 ‘사랑’을 감싸고 있는 껍데기와 환상을 벗겨내고, 사람의 사랑을 탐구해보기로 했다. 과연 ‘멜로’의 정서가 사랑의 전부일까? 찰나와도 같은 로맨스가 끝나면 사랑은 시들어버리고, 우리는 ‘사랑 이후의 삶’을 그저 견뎌내야만 하는 것일까? 이것은 사람들이 추앙하고 부풀려 스스로를 더 외롭게 만들었던 환상적인 사랑에 대한 애도의 책이다. 사랑이 끝나고 난 뒤 가장 나쁜 경우는 사랑이 증오로 바뀌는 것이다. 이별한 뒤 서로를 욕하고 각자의 진실을 주변 사람에게 주장하다, 그 추한 악담이 전파돼 다시 내 귀로 돌아온다. 마침내 좋았던 시간마저 부정해버리고, 사람 보는 내 안목을 탓하고, 결국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고 결론 짓는다.

비단 연애 상대뿐만 아니라, 살다가 관계가 틀어진 사람, 나에 대한 악담을 끈질기게 퍼뜨리는 사람을 찾아가 한 번쯤은 대화해보고 싶어진다. 우리가 만났던 모든 시간이 그렇게 끔찍했고, 정말 처음부터 다 잘못되었던 것인지, 우리가 이렇게 서로를 물어뜯는 괴물이 되어도 괜찮은 것인지 한 번쯤은 묻고 대화하고 싶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용기가 없어서 서로를 끝까지 미워하고 욕하며 살아간다. /이연실 출판편집자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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