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7일 광화문 청계광장을 찾아 “정치세력 교체나 정치인 교체를 넘어 정치 그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촛불 시위의 기억을 회상하며 ‘실용 개혁’을 해내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야권의 ‘정권 교체론’에 맞서 ‘정치교체론’을 내세우며 ‘실용 통합 정부’를 강조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이날 광화문 청계광장을 찾아 “우리가 바라는 변화는 정치 세력을 바꿔 특정 세력의 사적 감정을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더 나은 삶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치는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며 “민생문제를 해결할 경제 대통령 후보가 누구겠느냐”며 지지를 호소했다.
파란 운동화와 머플러를 착용하고 나타난 이 후보는 촛불 시위 당시 기억을 꺼내들었다. 그는 “(광화문에 오니) 갑자기 생각 나는 장면이 있다. 지난 2016년 10월 29일 토요일 촛불 시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첫 집회날”이라며 “제가 그날 이 자리에 와서 여러분을 만났다. 오늘로 1938일이 지났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국민은 언제나 더 나은 삶을 추구했다. 박근혜 전 정부가 국정을 농단하고 민주공화국 기본 원리를 무시하자 이 자리에서 변화와 혁신 추구했다”며 “이 자리에서 진영에 갇힌 개혁이 아니라 국민을 중심에 둔 민생 실용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약속 드린다”고 외쳤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이 촛불 시위 당시 탄핵당한 세력임을 부각했다. 그는 “이 광장에서 시민들이 든 가냘픈 촛불로 쫒겨난 세력이 있다”며 “그 세력이 단 5년만에 복귀하려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치 보복을 대놓고 후보가 말하는 상황을 겪어 보셨느냐”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우리가 극복하려 했던 과거보더 더 과거로 돌아가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 자리에서 함께했던 촛불을 든 3만여 명의 국민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윤 후보의 유세를 비판하기도 했다. 연설을 위해 마이크를 잡은 이 후보는 안경에 서리가 끼자 “누구처럼 마이크를 벗고 말하고 싶지만 그러면 안 되겠죠”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상황에서 윤 후보가 마스크를 벗고 현장 유세에 나선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는 “바늘 도둑이 소소둑 된다는 말이 있다”며 “작은 불편을 견디지 못해 작은 규칙을 못 지키는 사람은 큰 이익 앞에서 큰 규칙을 지킬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후보는 “이 것은 리더의 자질과 품성에 관한 문제”라며 “나부터 지킨다는 솔선수범의 자세가 중요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연설을 마친 이 후보는 “청년 기회 국가를 만들겠다”며 △주 4.5일제 도입 추진 및 포괄임금제 약정 제한 △상병수당 확대와 자발적 이직 실업급여 지급 △가상자산 소득 5000만원 비과세 및 손실 비과세 및 5년간 이월공제 △월세 세액공제 인상 및 5년간 이월공제 △청년에게 신규주택 30% 우선배정 및 금융지원 확대를 공약했다.
광화문에 이어 왕십리역을 찾은 이 후보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방역을 위해 특별한 희생을 치른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며 “누구도, 어떤 지역도, 어떤 부문도 억울하지 않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 후보는 “이를 위해 취임하면 긴급재정명령으로 50조 원 이상의 보상 대책을 실행하겠다”며 “신용대사면을 통해 코로나19로 생긴 빚을 국가가 인수하고 정상적인 금융거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외에도 이 후보는 한국형 PPP(Paycheck Protection Program)를 도입해 인건비와 임대료를 소급해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