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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 진출 전격 발표…업계 지각변동 예고

팻 겔싱어 인텔 CEO가 인텔 인베스터 2022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인텔팻 겔싱어 인텔 CEO가 인텔 인베스터 2022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인텔




인텔이 차량용 반도체 칩 위탁생산(파운드리) 진출을 전격 선언했다. 아예 차량용 반도체 위탁생산을 전담하는 사내 조직을 출범하며 시장 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점이 상당히 눈에 띈다. 또 지난해 3월 회사 파운드리 사업 재개 발표 이후 특정 사업 분야 진출을 콕 집어 언급한 사례는 처음이다. 극심한 차량용 파운드리 공급 부족 현상 속 ‘구원투수’ 역할을 하면서,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향후 삼성전자, TSMC 등 기존 첨단 파운드리 강자들과 치열한 고객사 확보전을 벌일 것으로 점쳐진다.



인텔은 17일(현지시간) '인텔 인베스터 데이 2022'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인텔 측은 "차량용 반도체의 총 시장 규모는 10년 뒤 현재의 두배 수준인 1150억달러(137조원)로 예상된다"며 "고도화되는 자동차 반도체 솔루션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 전담 그룹을 출범한다"고 밝혔다.

인텔은 이 발표에서 자동차 제조사들이 차세대 칩 기술을 구현할 수 있도록 고도화한 파운드리 플랫폼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자동차 산업 고도화에 발맞춰 고급 반도체 패키징, 첨단 설계 기술을 지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자동차가 견뎌야 하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안정적이고 고도화한 성능을 뽐낼 수 있는 첨단 차량용 칩 생산을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인텔의 차량용 칩 위탁 생산 진출 선언은 지난해 초 파운드리 사업 재개 발표 이후 처음으로 구체적인 사업 분야를 언급한 사례다. 기존에 인텔이 강점을 보였던 서버용 반도체, PC용 중앙처리장치(CPU) 분야가 아닌 '차량용 반도체' 서비스 계획을 가장 먼저 발표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그룹(IFS)에 별도의 차량용 반도체 그룹을 출범했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인텔인텔이 파운드리 사업그룹(IFS)에 별도의 차량용 반도체 그룹을 출범했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인텔



인텔이 이 분야를 가장 먼저 언급한 배경은 이 시장이 상당히 전도유망한 반도체 시장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현재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극심한 파운드리 공급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차량에 탑재되는 반도체 수가 급격히 늘어난 데다, 차량용 칩 필수 항목인 ‘안정성’을 고려해 주로 레거시(옛날) 공정에서 생산되면서 병목 현상이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 세계 각지 자동차 제조사들이 손톱만한 반도체를 제때 구하지 못해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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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부족 현상과 함께 자율주행·전기차 시대 도래로 자동차 업체들이 자체 칩 개발을 활발히 전개하면서, 첨단 파운드리를 갈망하는 자동차 회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 예로 세계적인 전기차 업체 미국 테슬라도 신규 완전자율주행(FSD) 칩을 차량에 탑재하기 위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와 협력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인텔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마주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해소하면서, 자사 특기인 첨단 칩 제조 및 패키징 기술로 미래 차량용 칩 시장을 일찌감치 선점하기 위한 포석을 깐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최근 54억달러(약6조5000억원)를 들여 인수한 이스라엘 파운드리 타워 반도체에서 차량용 통신(RF), 센서 등 차량용 스페셜티 반도체를 생산하며 다양한 고객사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텔 파운드리 사업 책임자인 랜디르 타쿠르 수석 부사장은 "새롭게 출범한 그룹에서 자동차 자율주행(ADAS), 통신 및 센서, 전력 반도체 사업 등 세가지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최근 이스라엘 파운드리 회사 타워 반도체 인수로 전기차 전력관리용 반도체, 통신 칩 제조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인텔인텔은 최근 이스라엘 파운드리 회사 타워 반도체 인수로 전기차 전력관리용 반도체, 통신 칩 제조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인텔


이번 발표 이후 인텔이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 라인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 지도 주목해야 할 포인트다. 지난해 9월 팻 겔싱어 인텔 CEO는 독일 뮌헨에서 열린 모터쇼 'IAA 2021' 기조연설에서 "유럽에 새 반도체 공장 2기를 110조원을 들여 세울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겔싱어 CEO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언급했지만, 인텔이 관련 사업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유럽 유력 자동차 업체들을 고객사로 모시기 위한 파운드리 전략이 조만간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다.

이외에도 인텔은 미국 애리조나주, 오하이오 주에 수십 조원 단위 신규 팹 건립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어떤 신규 기지 운영 전략으로 세계 각지 자동차 업체들을 다른 파운드리 회사들보다 먼저 끌어들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칩 거인’ 인텔의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 진입은 업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존 파운드리 강자인 삼성전자, TSMC에게 상당한 긴장감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세계 1위 TSMC를 바짝 쫓고 있는 삼성전자는 현대자동차와 고성능 반도체 칩 개발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실무진을 업무에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TSMC 또한 태부족한 차량용 반도체 생산 라인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진다.


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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