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10~20명에게 전화를 걸어 환자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가 폭증하고 있어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17일 오전 서울 중구 보아스 이비인후과병원 오재국 원장은 “현재 우리 병원에서 연락을 하고 있는 환자는 수백 명에 이른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17일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9만 3135명 발생해 이틀 연속 9만 명대를 기록했다. 특히 경증·무증상 환자가 폭증하며 재택치료 환자 수는 31만 4565명으로, 전날보다 4만 8000여명 급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10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를 고위험군인 집중관리군과 그렇지 않은 일반관리군으로 분류하고 집중관리군에만 1일 2회씩 모니터링을 진행하기로 했다. 일반관리군의 경우 기본적으로 스스로 집에서 건강관리를 하고 필요할 경우에는 동네병원에 연락해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일반관리군을 맡고 있는 오 원장은 비대면 전화 진료를 하는 진료실을 별도로 마련해놓고 매일 비대면 환자의 20여명의 목록을 체크해가며 전화를 돌린다. 일반관리군의 경우에는 모니터링이 의무는 아니지만 환자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불안감을 낮추기 위해서 확진된 다음 날과 격리해제 전날 전화 상담을 한다고 했다. 오 원장은 “우리 병원에서 검사한 사람들 중 양성인 사람들에게 전화를 해서 증상과 약물처방 여부에 대해 점검한다”면서 “만 6일이 지나고 격리가 해제될 쯤에는 증상이 남아있으면 불안감을 해소해주기 위해 연락한다”고 말했다.
젊은 환자들은 대체로 증상이 경미했다. 미열과 오한,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이 대부분이었다. 오 원장은 환자에게 “폐렴으로 가는 것만 막으면 되고, 호흡 곤란이나 기침, 가래, 흉통 등 폐렴 증상이 있으면 대면 진료가 가능하다”며 “증상이 생기면 언제든 전화를 하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나이 많은 환자들은 대부분 증상이 있었고, 일부는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는 “호흡 곤란이 생기거나 그다음에 가슴이 아픈 게 생기면 문자에 나와 있는 외래진료센터에 연락하라”면서 “증상이 너무 심하면 이송해서 진료해야 할 수도 있으니 중구 보건소로 전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 원장은 신속항원검사를 하고 일반진료도 보면서 비대면 진료를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특히 주말에는 환자와 상담하기가 여의치 않다고 했다. 그는 “병원에 의사가 몇 분 계시긴 하지만 비대면 진료는 제가 전담하고 있다”며 “진료시간 조금 빼고 그 시간에 해보려고 노력하고 점심시간과 퇴근 후를 이용하는 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말에 검사 결과가 나온 경우에는 4명씩 팀을 짜서 연락하려고 하는데 보건소에 신고해야 하는 과정도 있어서 복잡하다”며 “그만두고 싶어 하는 직원들도 있어 시스템 운영이 어렵다”고 말했다.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응급상황에 대응하거나 약 배달을 받는 게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는 “고령층 중에 혼자 있는 사람들도 많아 소통할 수 없기 때문에 휴대폰까지 잘 사용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면서 “지정약국 제도 역시 잘 돌아가고 있지 않아서 약을 갖다 줄 사람이 없는 경우 상황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 원장은 “의료진들이 업무가 과중하고 원내 감염 등에 대한 우려가 크다. 큰 무기 없이 전쟁터에 나와 있는 상황”이라며 “(나라에서)최소한 일을 하다 감염됐을 때 감사의 마음이라도 표현해준다면 더 열심히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