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의 완전한 복원 전 신뢰 구축을 위한 상호 조처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란은 고농도 우라늄 응축을 중단하고, 미국은 한국에 동결된 이란산 원유 수출 대금 70억 달러를 해제한다는 것이 골자다. 앞서 양국이 타결에 근접했다고 밝힌 데 이어 구체적인 합의문 내용까지 보도되자, 이란의 원유 수출이 정상화할 수 있다는 전망에 국제유가는 2% 하락했다.
17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협상에 정통한 외교관을 인용해 “미국과 이란 양측이 20쪽이 넘는 합의문 초안을 마련했다”며 “합의문은 핵 합의를 완전히 이행하기 위한 첫 단계인 상호 조처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초안에 따르면 이란은 5%를 초과하는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고, 이란에 억류된 서방 인사를 석방하기로 했다. 미국은 한국의 시중은행에 동결된 이란산 원유 수출 대금 70억 달러를 해제한다. 이란은 2010년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원화 계좌를 개설해 원유 수출 대금을 받아왔지만, 미국이 지난 2018년 핵 합의를 탈퇴한 후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며 이란이 한국으로부터 받아야 할 약 70억 달러의 대금을 동결시킨 바 있다.
핵 합의 복원을 위한 양국의 협상이 곧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나왔다. 전날 미 국무부의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주요 이해관계자들과의 복잡한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있다”고 밝혔고, 이란의 알리 바게리 카니 수석 핵 협상 담당자 역시 “당사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 합의에 도달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다. 핵 합의 복원이 점점 가시화하자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해제해 이란이 원유 수출을 정상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17일 3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보다 2% 하락한 배럴당 91.76달러에, 4월물 브렌트유는 2.01% 내린 92.90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2015년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미국과 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과 독일, 이란은 이란의 핵 활동을 제한하는 대신 대이란 제재를 완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이란 핵 합의를 맺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이란의 원유 수출에 대한 제재 면제 간격을 90일에서 120일로 늘렸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합의를 준수하지 않는다며 지난 2018년 핵 합의에서 탈퇴했고, 이란의 원유 수출에 대한 제재 면제 승인을 중단해 원유 수출길을 막아버렸다. 이란은 강력 반발하며 우라늄 농축 수준을 60%까지 끌어올렸다.
로이터통신은 합의를 한 뒤 첫 단계적 조처를 시작하고 합의상 마지막 상호 조처의 시행까지는 1개월에서 3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란의 원유 수출과 관련해선 제재 자체를 완전히 없애는 대신 미국이 제재 적용의 면제를 승인하는 방식으로 합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란은 미국이 핵 합의에서 다시는 탈퇴하지 않을 것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하지만, 서방은 이를 담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협상이 최종 타결될 때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이란은 이와 관련해 불탈퇴 보장이 힘들다면 미국의 합의 위반 시 우라늄 농축도를 60%로 올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