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유발물질로 알려진 라돈이 백혈병 발생 위험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문진영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교신저자 겸 제1저자) 연구팀이 2020년 11월까지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주거공간의 저농도 라돈과 백혈병 발병 관련 연구를 용량-반응 메타분석한 결과, 라돈 노출과 백혈병 발병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관계를 나타냈다고 21일 밝혔다. 용량-반응 메타분석이란 각 개별 연구의 노출 용량과 그에 따른 위험 정도를 수치화해 종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연구 방법이다.
연구팀은 8개의 생태학적 연구, 9개의 환자-대조군 연구, 15개의 생태학적-코호트 연구를 분석했다. 이 중 ‘생태학적-코호트 연구’는 연구팀이 창안한 분류법으로, 기존 전통적인 연구의 분류체계에 없다. 노출 측정의 단위가 한 행정구역부터 일정 반경의 지역을 거쳐 개인 단위까지 줄어들고, 역백혈병 발생 측정의 단위 역시 한 행정구역부터 일정 반경의 지역을 거쳐 개인 단위까지 줄어드는데, 각 개별연구 별 노출과 결과 측정의 단위들이 모두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생태학적 연구에서 코호트 연구의 연속된 스펙트럼 상에 있는 연구들을 모두 ‘생태학적-코호트 연구’ 카테고리로 분류한 것이다.
분석 결과 생태학적 연구의 피어슨 상관계수는 0.48로 두 변수 간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타-분산분석을 실시한 결과, 어린이 그룹의 상관계수는 0.67로, 어른 그룹의 0.46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
환자-대조군 연구에서 용량-반응 메타분석을 실시한 결과, 오즈비(Odds ratio)는 라돈의 방사선량이 100Bq/m3 증가할 때마다 1.0308 만큼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혈병 종류별, 어린이 및 어른 그룹별로 나눠 분석한 결과, 림프구성 백혈병 그룹은 라돈의 방사선량이 100Bq/m3 증가할 때마다 오즈비가 1.0361 만큼 증가한 반면, 골수구성 백혈병 그룹은 동일 라돈의 방사선량 증가분에 대해 오즈비 변화량이 0.9665로 사실상 위험이 감소했다. 어린이 그룹은 라돈의 방사선량이 100Bq/m3 증가할 때마다 오즈비가 1.0309 만큼 증가한 반면 어른 그룹은 동일 라돈의 방사선량 증가분에 대해 오즈비가 1.0147 만큼 증가했다.
결론적으로 용량-반응 메타분석의 회귀계수는 림프구성 백혈병 그룹, 어린이 그룹에서만 통계적으로 유의했고, 골수구성 백혈병 그룹, 어른 그룹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어린이 그룹에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난 데 대해 “어른에 비해 어린이의 기관지 상피에 특히 풍부하게 분포해있는 림프구에 기체 상태의 라돈이 영향을 미쳐 흡수선량이 더 많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생태학적-코호트 연구 결과, 100Bq/m3의 라돈 방사선량 증가당 상대위험도는 1.1221 만큼 증가했다. 환자-대조군 연구와는 반대로 골수구성 백혈병 그룹과 어른 그룹에서만 회귀계수가 통계적으로 유의했고, 각각 100Bq/m3의 라돈 방사선량 증가당 골수구성 백혈병 그룹 1.2257, 어른 그룹 1.2503 만큼의 상대위험도가 증가했다. 다만 기존 코호트 연구처럼 개인 단위 노출 측정, 결과 측정이 아니기 때문에 위험도가 과대평가될 수 있어 보수적인 해석이 필요하다는 게 연구팀의 견해다.
라돈은 널리 알려진 폐암 유발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기구(IARC)은 라돈을 폐암에 대해 위험이 가장 높은 1등급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백혈병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근거가 없어 국제암연구기구의 발암물질 분류에서 한 단계 낮은 등급(2A)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라돈은 현재 작업환경측정 대상물질이 아니므로 의무 측정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라돈 매트리스 사태 이후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설 측정업체를 통해 라돈 농도 측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문진영 전공의는 “이번 연구에서 생태학적 연구 및 ‘생태학적-코호트 연구’ 라는 새로운 분류 카테고리를 창안하고 기존 모든 연구를 용량-반응 메타분석이라는 방법을 통해 체계적으로 종합했다"며 "라돈에서 방출되는 방사선량 증가에 따른 백혈병 발생 위험을 체계적으로 종합한 첫 연구라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거 공간에서의 라돈 노출 위험을 줄이려면 신축 공동주택의 경우 시공자가 실내공기질 관리법의 라돈 농도 기준을 준수했는지 살피는 것이 좋다. 나아가 주기적으로 아파트 관리 위원회 등에서 샘플 가구에 대해 라돈 농도 측정을 시행해보면 아파트 단지의 개별 가구들이 기준 라돈 농도를 초과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거환경에서 노출되는 저농도 라돈이 백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새로운 근거를 마련한 이번 연구는 최근 국제학술지 ‘환경연구(Environmental Research)’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