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인신매매로 팔아넘길 것이라는 망상에 빠져 26년 간 알고 지낸 지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2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부장판사 김동현)는 최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57)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재범 위험성을 고려해 형 집행 종료일로부터 5년간 보호관찰도 함께 명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20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공원에서 과거 고물업에 함께 종사했던 피해자 B씨(74)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 씨는 당시 경륜으로 약 150만 원을 잃자 B씨에게 돈을 빌려 달라 부탁했으나 거절당하고, 오히려 B씨로부터 ‘1996년경 빌려 간 100만 원을 갚으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에 A 씨는 자신이 살던 세종시에서 서울 영등포구로 올라와 B씨를 불러냈다. 이후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공원으로 유인해 미리 준비해온 흉기로 범행을 저질렀다. 당시 무직이었던 A 씨는 B씨와 직접 만나거나 통화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B씨가 자신을 인신매매로 팔 것이라는 망상에 빠져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살인은 인간 생명이라는 최고의 가치를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형태로 침해하는 범죄로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며 “피해자는 평소 잘 알던 관계인 피고인으로부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범행을 당해 고통스럽게 사망했다. 사건 경위와 죄질에 비춰 피고인에 대한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결했다. 다만 “피고인이 초범이고,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점과 “망상에 가까운 생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정신질환 여부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해 보인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기준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