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두달째 콜록대는 우리 아이, 혹시 천식?

감기로 오인해 방치하기 쉬워

치료시기 놓치면 절반은 만성화

폐기능 저하·발달 악영향 가능성

흡입용 스테로이드 등 질병조절제

경증이라도 규칙적으로 사용하고

응급상황용 벤톨린 등 소지해야





지난해 흥행 대박을 터뜨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스위트홈’을 재미있게 본 시청자라면 대부분 안길섭 할아버지(김갑수 분)의 간병인을 기억할 것이다. 극 중 시한부 환자 길섭의 간병인 역할을 맡은 박유리(고윤정 분)는 천식 환자로 등장한다. 특히 편상욱(이진욱 분)이 '벤톨린'이 없어 죽을 위기에 처한 박유리를 위해 좀비들이 출몰하는 아파트 밖으로 나가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좀비와 인류의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 ‘월드 워Z’에서도 주인공 제리 역을 맡은 배우 브래드피트가 천식을 앓는 큰 딸을 위해 '알부테롤'을 찾아 헤매는 장면이 펼쳐진다. 미디어에 등장하는 천식 환자들에 대한 약물치료는 전체 스토리 전개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그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치료다.



벤톨린은 속효성 베타-2 항진제 살부타몰 성분의 천식 치료제다. 교감신경의 베타수용체 중 기관지 확장 작용을 나타내는 베타-2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한다. 천식 환자에게 기관지 경련 등 급성 악화가 발생했을 때 투여하면 기도평활근을 이완시키고 좁아진 기관지를 확장시켜 수십초 내에 호흡이 편해지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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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식은 만성적인 기도 알레르기 염증 질환이다. 천식의 영문명인 'asthma'가 그리스어 ‘숨을 헐떡이다’에서 유래한 것에서 알 수 있다. 보통 기침, 숨참, 가슴 답답함 등 호흡기 증상이 반복적 또는 발작적으로 나타난다. 천명은 기관지가 좁아져 숨을 내쉴 때 쌕쌕거리거나 그렁그렁하는 호흡음을 뜻하는 용어로, 천식 환자의 특이적 증상이다. 요즘처럼 차고 건조한 날씨에는 천식이 악화돼 병원을 찾는 환자가 급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한해 동안 천식 진료를 받은 환자 187만 3836명 중 1월(25만 3671명)과 2월(19만 5392명) 방문자가 4분의 1가량을 차지했다. 연령별 분포를 살펴보면 10세 미만 환자가 20만 4467명으로 가장 많았다.

천식은 소아에게 가장 흔한 만성 호흡기질환이지만 진단이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진단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는 소아 천식 환자가 많다고 보고 있다. 자녀가 환절기나 겨울철 감기를 달고 산다면 천식 여부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권한다. 열이 없으면서 기침과 가래, 콧물, 재채기,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특히 가족력이 있거나 아토피 피부질환,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아동은 천식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 병원에서는 특징적인 증상을 확인하고 폐기능검사를 통해 천식을 진단한다. 일반적으로 측정기구를 입에 물고 최대한 세고 충분하게 불게하는 폐기능검사를 시행한다. 하지만 정확한 검사 수행이 어려운 5세 미만의 경우 간접 기관지 유발검사 등을 할 수도 있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의 천식진료지침에 따르면 1995년 7.7%였던 초등학생의 천식 유병률이 2000년 9.1%, 2010년 10.2%로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미세먼지, 황사 등 공기 중 유해물질과 환경오염도 소아 천식 발생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조지워싱턴대 공중보건학과 연구진은 지난달 국제학술지 '란셋 플래니터리 헬스'에서 교통수단에서 발생하는 이산화질소가 매년 185만 건의 소아 천식을 유발한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등 내연기관과 화석연료 발전소에서 발생한 이산화질소가 대기에 머물며 대기질을 오염시키고 소아 천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이산화질소 오염에 의한 소아 천식의 약 66%는 도시에서 발생했다. 미국 등 고소득 국가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대기질 규제 효과로 소아 천식 발생건수가 감소했지만 동남아시아와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중동 등 저소득국가에서는 여전히 대기오염에 의한 건강 문제가 심각하다.

소아 천식은 성장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낫는 비율이 약 50%~60%에 이른다.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도 가능하다. 하지만 역으로 절반 가량은 자연적으로 완치되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를 통한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관리가 요구된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폐기능이 지속적으로 저하되어 돌이킬 수 없는 폐 손상에 이르거나 성장발달도 지연될 수 있다. 소아 천식 치료의 목표는 꾸준한 약물치료로 완치에 이르는 것이다. 처음에는 흡입제 사용이 어렵다고 느껴질 수 있으나 약물이 직접 폐(소기도)에 전달되므로 경구약물보다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 특히 흡입용 스테로이드와 같은 질병조절제는 기도 염증반응을 억제하고 천식 발작을 예방하기 위해 증상이 없거나 경증이라도 처방에 따라 규칙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벤톨린 등은 증상완화제에 해당한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없으면 큰일 날 것만 같던 증상완화제는 오히려 증상이 심해졌을 때 즉각 완화하기 위한 용도이므로 증상이 없을 때는 사용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단 응급상황에 대비해 늘 소지해야 한다. 천식 환자가 악화 상태에 빠졌을 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호흡부전으로 인해 사망할 수도 있다. 평상시 집 먼지 진드기와 꽃가루, 황사 등 원인 알레르기 물질 노출을 최소화하고 악화인자를 피하는 예방 관리도 약물치료 못지 않게 중요하다. 원인 알레르기 물질이나 악화인자는 환자마다 다른데, 반려동물, 간접 흡연도 소아 천식의 주요 유발인자라고 알려졌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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