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국제 유가가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사태가 불거졌던 지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70% 가까이 급등했다. 일각에서는 대(對)이란 경제 제재가 해제돼 이란산 원유 수입이 재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4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한 후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한때 4월물 브렌트유는 9%나 치솟아 배럴당 105.79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에너지 산업이 아닌 러시아 금융 분야에 초점을 맞춘 제재안을 발표하면서 조금씩 안정돼 전날 대비 2.3% 오른 배럴당 99.08달러로 마감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장중 배럴당 100.54달러까지 올랐다가 전일 대비 0.8% 상승한 배럴당 92.8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암리타 센 에너지에스펙츠 분석가는 "서방은 석유와 가스 가격이 달린 러시아에 에너지 제재를 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가스 시장도 러시아 공급 물량을 대체할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CME그룹 및 플래츠에 따르면 이날 영국 NBP 천연가스 가격(MMBtu당)은 전일보다 한때 70%나 폭등했다. 러시아 국영 기업 가스프롬은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 수출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으나 유럽 전역의 저장 가스는 이미 5년 만의 최저치로 줄어든 상황이다. 스위스 은행 줄리어스베어의 노르베르트 뤼커는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위기에 대한 공포의 바로미터"라며 “이미 존재하는 에너지 공급 부족이 급격히 심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유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분석가들은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으로 흘러가는 러시아 가스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혹한과 프랑스 원전 문제에 대응해 유럽 도매 가스 가격이 올랐던 지난해 12월의 가격 폭등이 재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비축유 방출과 함께 이란 핵 합의 복원 협상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며 이란산 원유 수출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