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1년탄 테슬라, 지금 팔아도 신차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이유 [영상]








아반떼는 6개월,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1년 2개월, 볼보XC60은 무려 1년 6개월. 지금 당장 주문해도 이 자동차들을 구매하기까지는 한참을 기다려야 합니다. 작년부터 지속되어 온 자동차 출고 지연이 올해 들어서도 쭉 이어지고 있는 건데요. 자동차를 돈 주고도 못 사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자 소비자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대체 자동차 공급난은 왜 발생했고, 또 언제쯤 끝날까요? 그리고 이런 자동차 수급난에 반대로 호황을 누리는 업계도 있다는데 어디일까요?






자동차 공급난이 발생한 가장 큰 원인은 반도체 부족입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인력난, 자연재해 등으로 전세계 반도체 공장들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면서 각종 반도체 품귀 현상이 심각한데요.



특히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전자제품 반도체에 우선 순위가 뒤로 밀린데다 수요 예측까지 실패하면서 더 큰 수급난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차를 받기까지 최소 2개월에서 최대 14개월까지 기다려야 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거죠. 최근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전기차의 경우 더 오랜 기간 기다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양이 내연가관차보다 월등히 많기도 하고요.

지난해 전 세계 자동차 업체가 반도체 수급난으로 입은 손실액은 2100억 달러에 달합니다. 반도체 공급난이 조금씩 해소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정상과는 거리가 먼 상황입니다. 현대자동차·기아·르노삼성·한국GM·쌍용 등 완성차 5개사의 지난 1월 합산 판매량은 53만 대에 못 미쳐 전년 동기 대비 11.5% 감소했습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기업이 선주문한 2022년 차량용 반도체 주문량은 반도체 생산 능력 대비 20~30% 정도 초과된 양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차를 사려는 사람들에게 악재는 더 있습니다. 바로 자동차의 제조 원가가 급등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자동차의 공통 소재와 전기차 배터리 소재의 국제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인력난으로 물류비용과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차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인력난이 극심한 미국의 경우 신차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12% 올랐어요.



소비자들은 지금 당장 주문하자니 한참 기다려야해서 답답하고, 이럴 바엔 아예 반도체 공급난이 잠잠해지길 기다리자니 또 차 가격이 너무 오를 것 같고 말 그대로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뜻밖의 호황을 누리게 된 업계가 있는데요. 신차를 받기까지 버틸 수 있는 장기렌터카 업계, 그리고 지금 당장 원하는 기종의 차를 수령할 수 있는 중고차 업계가 대표적입니다.




롯데렌탈은 지난해 전년 대비 53.4% 증가한 영업이익 2453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습니다. SK렌터카 또한 지난해 영업이익 971억원을 올리면서 전년대비 영업이익은 11.7% 증가했습니다. 렌터카 시장의 성장은 신차 장기렌터카가 주도했는데요. 하루 단위로 빌리는 단기렌터카와 달리 장기렌터카는 1~5년간 신차를 빌려 타는 상품입니다. 장기렌터카 상품을 이용하면 업체가 이미 차량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대기기간 없이 곧바로 신차를 인도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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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영 중고차 플랫폼 기업 K카 또한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고 공시했습니다. K카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8.6% 증가한 711억을 기록했는데요. 순이익 역시 93.9% 치솟은 477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중고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중고차의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인기 모델의 경우 바로 해당 모델을 구입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 매도인 입장에서는 거의 새차 가격에 매물을 내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모바일 중고차 플랫폼 첫차에 따르면 2021년식 기아 중고 쏘렌토는 현재 첫차 어플 내차팔기 경매장에서 최저 2801만원부터 4620만원 사이에 매입 가격이 형성됐습니다. 최고 매입가로 책정된 하이브리드 모델은 출고가 대비 0.7% 감가됐는데요. 1년 동안 주행한 신차급임을 감안하더라도 현저히 소극적인 감가율입니다. 디 올 뉴 스포티지도 최고 3780만원에 매입돼 신차 출고가 대비 약 197만원 감가된 높은 가격이 매겨졌습니다.



새 차보다 비싼 경우도 있는데요. 테슬라 모델Y 스탠다드 트림의 중고차 가격은 새 차보다 800만원 높게 형성되어 있고, 전기 상용트럭 포터EV의 경우 서울에서 보조금을 받고 신차로 구매하면 실 구매가격은 2190만원에서 2374만원선이지만 현재 중고차 시세는 2700만원이 넘습니다.

중고차 가격이 오르는 건 사실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말 중고차 매물 평균가는 지난해 11월 2만9000달러에서 전년 대비 약 29% 상승했고요. 유럽은 지난해 말 중고차 평균 가격이 연초보다 최대 28.3%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일본의 중고차 경매 가격 역시 1년 전보다 약 11% 상승했습니다. 차를 사려는 소비자 입장에선 1년 기다려 새 차를 살지, 지금 당장 비싼 값을 주고 중고차를 살지 골라야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대체 반도체 수급난은 언제쯤 풀릴까요? 당장은 상황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수년 간 이어진 팬데믹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고리가 약해진 상황인데다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악재로 꼽히고 있습니다. 양국 간 무력 충돌로 인해 유통망이 직접적으로 무너질 수 있고, 나아가 국내 반도체 공장의 경우 정상적인 가동이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현재 반도체 생산에 꼭 필요한 소재인 네온과 크립톤, 제논 등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연방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관세청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수입한 네온 98.2톤 가운데 우크라이나산은 23.2톤, 러시아연방산은 4.9톤으로 전체의 28%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반도체 식각 과정에서 주로 활용하는 크립톤과 제논 역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연방이 51%의 비중을 차지해 주 수입국인만큼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됩니다.

결국 한동안은 신차 공급난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맘 편하게 차를 살 수 있는 날,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정민수 기자·정현정 기자·이유진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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