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급 화해모드’ 네이버-구글에 무슨 일이?

인앱결제 논란으로 1년 넘게 갈등

네이버페이와 웹툰에서 협력 나서

"글로벌 시너지 우선해 실리 챙겨"

"이익 되면 손 잡는 게 기업 생리"

'글로벌 웹툰 게임스' 프로젝트 MOU 3사 관계자 단체사진. 네이버와 구글은 국내 웹툰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게임 제작에 나서기로 했다. 사진 제공=구글 코리아'글로벌 웹툰 게임스' 프로젝트 MOU 3사 관계자 단체사진. 네이버와 구글은 국내 웹툰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게임 제작에 나서기로 했다. 사진 제공=구글 코리아




앱 마켓 인앱결제(앱 내 결제) 강제 이슈로 갈등하던 네이버와 구글이 냉각기를 끝내고 전방위적인 협력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가 해외 사업 확대를 목표로 하는 만큼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구글과 갈등을 지속하기 보다 손 잡는 실리를 택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특히 인앱결제 논란의 중심에 있던 콘텐츠와 결제 부문에서 파트너로 거듭난 것은 상징적이라는 평가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구글과 네이버웹툰은 국내 웹툰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게임 제작을 위해 업무 협약(MOU)을 맺었다. 중소개발사 가운데 5곳을 선정해 노블레스, 마음의소리, 외모지상주의 등 인기 웹툰 8개를 게임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구글은 앱 마켓 구글플레이를 통해 개발사가 전 세계 190여 개국 수십억 명의 유저와 만날 수 있도록 돕는다. 네이버웹툰은 국내 마케팅 지원과 함께 IP 계약금 면제 혜택을 제공한다. 그동안 웹툰 기반 게임들이 많이 나왔지만 글로벌 안드로이드 앱 생태계를 이끄는 구글에서 직접 지원에 나선 것은 처음인 만큼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네이버와 구글이 업체 선정부터 게임 개발에 필요한 컨설팅, 검수를 공동 진행할 예정이어서 보다 질 높은 게임이 나올 전망이다.



네이버는 또 지난해 말 구글플레이에 페이 서비스를 제공하며 결제 부문에서도 구글과 협력하기 시작했다. 구글플레이 인앱결제 시 사용 가능한 결제 수단에 네이버페이가 새로 추가된 것이다. 네이버페이 이용자 확대는 물론 결제액과 수수료 수익 증대도 노릴 수 있어 페이 생태계 확장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플레이는 결제액 기준 국내 앱 마켓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구글 인앱결제 확대 정책과 맞물려 수혜를 기대할 수도 있다. 구글은 오는 4월부터 웹툰, 웹소설, 음악 등 모든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새 결제 정책을 본격 도입할 예정이다. 기존 자체 외부결제만 써오던 개발사들은 구글 결제도 함께 쓰는 시스템을 3월 말까지 마련해야 한다. 그에 따른 구글 결제 유입이 새로 발생할텐데 이 과정에서 네이버페이 이용자도 덩달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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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연합 AFP사진 제공=연합 AFP


네이버와 구글은 그동안 1년 넘게 인앱결제를 두고 다투는 사이였다. 지난 2020년 하반기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 방침을 밝힌 게 발단이었다. 네이버, 카카오(035720), 리디 등 기존에 구글 결제 대신 개발사 자체 결제를 쓰던 콘텐츠 플랫폼사들의 반발이 거셌다. 구글 인앱결제를 쓰면 결제 대금의 최대 30%가 수수료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른 창작자 측에 대한 비용 전가도 우려되며 출판 업계도 반발에 가세했다. 이후 구글은 수수료를 최저 6%까지 낮추기로 하는 등 당근책을 제시했고, 지난해 말에는 국내 국회를 통과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에 따라 개발사 결제도 허용하기로 방침을 선회했다. 단 이용자에게 구글 결제 시스템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개발자 결제에도 여전히 수수료가 발생해 인앱결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지만, 네이버는 구글과의 갈등 대신 각종 사업적 제휴를 맺는 실리를 택했다. 구글의 새 결제 정책이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에 어긋난다며 대립각을 세우던 기존 업계 분위기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또 네이버웹툰은 갈수록 국내 보다 해외 이용자 비중이 커지는 만큼 구글의 수수료 혜택을 챙기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국내에서 자체 결제를 썼던 것과 달리 미국, 일본, 동남아 등 국외 시장에서는 원래부터 구글 결제를 이용해 왔다. 구글에서 자사 결제 정책을 따르면 수수료 혜택을 준다고 나서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구글 결제를 도입해 늘어나는 비용 보다 해외에서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이 더 크다면 구글과 손 잡는 게 이득인 것이다. 네이버는 다만 최근 파트너십과 별개로 구글의 새 결제 정책을 따를지는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네이버 관계자는 “구글 가이드라인에 따라 3월까지 적용 유예 신청을 넣었다”며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했다.

실리에 우선해 ‘적과의 파트너십’으로 사업 확대를 모색하는 네이버식 전략은 앞선 소프트뱅크와의 협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과거 두 회사는 각각 라인의 ‘라인페이’와 야후재팬의 ‘페이페이’를 운영하며 간편 결제 시장에서 출혈 경쟁을 벌이던 관계였다. 하지만 양 측은 일본 시장 안에서 누가 1등 하느냐를 두고 싸우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라인과 야후재팬의 경영 통합을 결정했다. 지난해 초 두 회사의 통합 법인이 출범했고 현재 인공지능(AI), 쇼핑, 검색 등 다방면에서 손 잡고 시너지를 내고 있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과 애플도 특허 문제로 소송전을 치르는 중에 협력할 것은 협력했다”며 “이익이 되면 손 잡는 것이 합리적인 기업의 선택이고 네이버도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는 입장에서 구글과 손 잡은 것은 당연한 결정”이라고 했다.


박현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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