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미국 등이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우리 금융사들도 피해 최소화를 위해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은 최근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 결정을 주시하며 비상 대응에 들어갔다. 이들의 러시아 익스포저(잠재 위험에 노출된 대출·투자액)는 △하나은행 2960억 원 △우리은행 2664억 원 △신한은행 357억 원 △국민은행 56억 원 순이다. 러시아에서 현지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상대적으로 익스포저가 크다.
하나금융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24일 ‘우크라이나사태대응반’을 신설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와 루블화 가치의 급격한 변동 등에 따른 러시아 법인의 위험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대사관, 러시아 주재 한국 기업이나 다른 금융기관과 지속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시장 상황에 따른 영업·재무 현황, 루블화 변동의 영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러시아 우리은행’을 설립한 뒤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점(2011년 8월), 블라디보스토크 사무소(2014년 10월)를 잇따라 연 우리금융은 위기 상황 발생을 가정하고 국외 영업점 지원을 위한 ‘컨틴전시플랜(비상 계획)’을 세워뒀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리스크(위험) 관리 차원에서 러시아와 동유럽 국가에 대한 익스포저 확대를 최소화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폴란드·헝가리 등 우크라이나 인접국에 은행 사무소를 둔 신한금융은 최근 그룹 차원의 ‘위기관리 체계’를 가동했다. 특히 시장 유동성 경색에 대비해 자회사별 유동성 관련 지표와 비상 조달 계획에 대한 점검을 강화했다.
관련 펀드 투자자에 대한 ‘특별 관리’에도 나섰다. KB금융은 국민은행 스타뱅킹 애플리케이션의 ‘마이데이터 자산 관리’ 메뉴 팝업창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 Q&A(질의응답)’ 등을 공지하고 고객들에게 현재 상황과 금융시장 영향 등을 안내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러시아 주식형 펀드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 ‘다이렉트케어(직접 관리) 서비스’를 시작했고 투자 유의 사항을 문자메시지 등으로 알리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26일(현지 시간) 러시아 금융기관을 SWIFT 망에서 퇴출시키는 추가 제재를 발표하면서 국내 은행들도 대응 수위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에 거주 중인 우리 국민과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송금 길이 차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주요 시중은행을 통해 러시아로 송금된 유학생 학비와 주재원 급여 등은 624만 7439달러(약 74억 5000만 원)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