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에 설치된 농어업농어촌탄소중립위원회에서 활동한 지 1년이 지났다. 탄소 중립이라는 이슈로부터 농업계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장을 계속 해온 터라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에너지와 산업계 중심으로 이뤄지는 탄소 중립 논의에 농업계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지난 2021년은 탄소 중립 키워드가 사회 전반을 휩쓸었다. IPCC는 6차 보고서에서 ‘오는 2030년대에 지구의 평균 기온이 1.5도를 넘어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류에게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경고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미 우리나라를 포함한 134개국이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이행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때 아닌 서리나 경험하지 못한 폭염과 장마 등 농민들은 기후변화를 체감한다. 하지만 탄소 중립라는 개념은 낯설기만 했다. 탄소 중립이 농어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농업인의 행동을 제약하는지 연관 짓기가 어려웠다. 농업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산업이라는 게 전반적인 인식이었다. 그렇지만 농촌은 이미 탄소 중립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농촌 곳곳에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서며 해안가 간척지부터 산골 마을까지 농어촌은 이미 심각한 갈등이 벌어지고 말았다.
농특위 탄소중립위원회는 세 가지 이슈에 대처했다. 첫째는 탄소 중립이 농어촌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를 농어민들이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 둘째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갈등을 완화하는 것, 셋째는 탄소 중립 목표 설정 및 이행과 관련된 농어업농어촌 부문의 합의를 만들어가는 것이었다.
탄소중립위원회에 참여한 위원들은 먼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영농형 태양광은 휘발성이 강한 주제였다. 농촌 지역의 재생과 농가 소득을 위해 제한적인 허용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식량 안보를 위해 농지가 훼손될 여지를 주면 안 된다는 주장이 대립했다. 토론회를 통해 서로의 간격은 좁혀나갔다. 농민 대표들은 “우리가 태양광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농촌에 무분별하게 설치되는 것을 반대하고 지역 주민이 소외되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한다. 농업계 역시 탄소 중립이 중요하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농촌 마을의 특징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농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채 무리하게 추진된 것이 문제다.
농수산 분야의 탄소 중립 목표는 다른 산업과 달리 ‘100%(0으로)'가 아니라 37.7%를 줄이는 것이다. 농축산업은 왜 ‘제로' 배출이 될 수 없는지를 국가탄소중립위원회가 납득해야 하지만 농축산업의 특성을 이해하는 위원이 거의 없다. 시민 사회와 언론도 단순한 감축률을 비교해 농축산 분야의 감축 목표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농축산 분야 식량 생산의 특성을 다른 선진국의 사례 조사를 통해 겨우 설득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국제메탄서약에 참여함에 따라 메탄을 2030년까지 30% 줄여야 했다. 메탄은 논과 축산 등 농업 부문에서 43%가 배출된다. 그리고 농업 분야 온실가스 중 61%는 축산 분야에서 배출되고 축산 분야의 배출량은 거의 대부분 사육 두수와 연관돼 있다. 사육 두수를 인위적으로 줄이지 않고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만 했다.
1기 농특위 탄소중립위원회의 임기가 곧 끝난다. 탄소 중립이 농업계에 미칠 영향을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재생에너지 설치에 따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안했다. 갑자기 시작된 탄소 중립 논의에서 농업계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지만 한계를 느낀다. 탄소 중립을 위해 필요한 통계 데이터가 너무 부족했다. 특히 에너지 부문에서는 공백이 크게 느껴졌다. 곧 출범할 2기 위원회 역시 큰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탄소 중립에 이르는 과정과 목표를 설계했지만 이행 과정에서 농축산 농가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다시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이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