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맛보고 추천하는 향긋한 작품 한 잔! 세상의 OTT 다 보고 싶은 ‘OTT다방’
새벽 세 시의 화려한 조명, 들뜬 공기와 춤추는 사람들의 설렘 가득한 환호성. 밤이라는 시간은 특별하다. 낮과는 완전히 다른 공기가 흐르는 듯한 시간. 도시에서 밤이란 깨어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설렘과 꿈, 사랑과 환호가 가득한 비밀스러운 모먼트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식당 영업시간 제한으로 밤 문화는 볼 수 없어진 지 오래다. 그래도, 여기 도시의 밤을 그리워하는 수많은 도시인에게 작은 위로가 될 만한 소식이 있다.
넷플릭스 <미드나잇 아시아>에는 아시아 각국의 색다른 밤 문화가 한가득 담겨 있다. 밤이 되면 드러나는 숨은 명소와 도시의 음악, 밤에만 볼 수 있는 각종 비밀 요리까지. 외국인의 눈에 비친 아시아 여러 도시의 밤 문화를 독특한 구성으로 담아낸 이 작품을 통해 희미해져 가는 우리들의 밤 추억을 되살려 볼 수 있겠다.
총 6회차로 구성된 다큐멘터리인 <미드나잇 아시아>는 일본에 이어 한국, 인도, 태국, 대만, 필리핀의 밤 문화가 차례로 소개된다. 세부적인 모양은 다르지만, 설렘은 똑같다.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나는 도시의 모습, 신나는 음악과 맛있는 음식, 번쩍번쩍한 불빛들은 밤을 기다리는 우리 모두의 설렘이 만국 공통임을 증명한다. 해가 진 이후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대도시의 이야기. 넷플릭스 <미드나잇 아시아>는 외국인의 시선으로 구성됐음에도, 그 비밀스러운 세상을 단순히 겉핥기식으로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도시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명소, 다채로운 하위문화의 모습까지를 아주 자세하게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다.
번쩍거리는 대도시의 밤을 빛나게 하는 것은 역시나 그 중심의 ‘사람들’이다. <미드나잇 아시아>는 이 ‘사람들’의 이야기에 호소력 있게 집중한다. 나이는 숫자일 뿐, 낮에는 음식점에서 일하고 밤에는 도쿄의 클럽에서 활동하는 85세의 DJ 스미록. 방콕에서는 슈퍼히어로를 표방하는 포크 극장을 운영하는 두 형제의 이야기. 대만 타이베이에서는 드래그 킹 퍼포먼스를 통해 대만의 LGBTQ(성소수자) 문화를 살펴보고, 서울에서는 전통 막걸리를 새롭게 탄생시킨 양조장 이야기가 다뤄진다. 수백만 명이 각자의 개성을 좇으며 살아가는 대도시, 그 속에서도 평범함을 거부하고 자신의 열정을 따르는 사람들을 엿보게 해준다. 결국 <미드나잇 아시아> 속 대도시가 매력적인 이유는, 그만큼 다채로운 ‘삶의 모습’들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회차는 역시 서울의 밤 풍경을 담은 2회다. 매일 접하던 서울의 풍경도 다큐 속 외국인의 시선을 좇아가다 보면 어느새 색다르게 비친다. 술이랑 음식을 같이 먹는다는 ‘안주’라는 개념 자체가 서울의 문화로 소개됐다. 소주와 닭발, 치킨과 맥주... 술 한잔 하며 한껏 신난 사람들의 모습과 함께, 급성장한 서울은 이제 다시 옛 정체성을 되찾는 중이라고 말한다. 성수동 양조장에서 주조의 전통을 간직하려는 사람들과 이태원의 치킨집에서 퇴근 후 치맥을 즐기는 사람들을 차례로 비춘다. 판소리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인디 록밴드의 공연 모습도 담겼다. 서울의 전통과 정체성을 지키려는 사장님들의 의지가 드러난 인터뷰에서는 자연히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서울만의 독특한 ‘뉴트로’ 정체성이 잘 드러났다는 감상이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회차는 5회차인 ‘타이베이’. 개인의 성 정체성과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는 대만 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자부심이 뿜어져 나와 인상적이었다. 마음껏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며 신나게 밤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는 부러움까지 들었다. 분명한 건, 모든 회차를 볼 때 그 도시로의 ‘여행 욕구’가 강하게 뿜어져 나왔다는 거다. 아마도 그만큼 이 작품에 해당 도시의 매력이 잘 녹아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밤 문화를 즐기기는커녕 짧은 해외여행조차 갈 수 없어진 지 오래인 코로나 시대, <미드나잇 아시아>의 리듬에 맞춰 신나게 몸 흔들면서, 랜선 여행을 떠나보자.
◆시식평 : 여행가고 싶어서 도저히 못 참겠을 때, 한편씩 아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