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강인엽 삼성전자 사장 "NPU·3D 패키징 기술이 반도체 혁신 열쇠"

강인엽 삼성전자 사장 ISSCC 2022 기조연설

NPU, 3D IC로 반도체 '분산과 연결' 모색

강인엽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이 최근 ISSCC 2022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ISSCC강인엽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이 최근 ISSCC 2022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ISSCC




강인엽 삼성전자 사장이 신경망처리장치(NPU), 3D 패키징 등을 차세대 반도체 핵심 기술로 꼽았다. 그는 집적도 증가와 칩 구조 혁신을 함께 모색해 초고성능 반도체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사장은 최근 개최된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 2022' 학술대회 기조 연설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ISSCC는 1954년 설립된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 분야 학회다. '반도체 설계 올림픽'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학계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삼성 임원이 학회 기조 연설을 맡은 건 2015년 김기남 회장 이후 강 사장이 처음이다.

강 사장은 최근 사람의 두뇌처럼 연산하고 생각하는 스마트폰이 개발되고 있다며 기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현재 스마트폰의 연산 능력이 벌이나 해파리의 사고 수준과 맞먹는 단계지만, 조만간 강아지의 뇌 능력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폰 기술의 열쇠는 기기 내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가 쥐고 있다. 하지만 강 사장은 작금의 반도체 기술로는 '넥스트 레벨'을 도모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연산을 담당하는 트랜지스터를 평면에 최대한 욱여 넣어 집적도를 향상 시키는 기존 방법으론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그는 미래 칩은 집적도 향상과 동시에 '질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사장은 "돛단배 크기가 무한정 커질 수 없어 결국 파괴적인 기술이 들어간 증기선이 개발됐다"며 "반도체 또한 제한된 공간에 혁신 기술을 녹여내야 고성능 칩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강 사장이 제시한 콘셉트가 '분산과 연결'이다. 한 칩 속에 각각 특징을 가진 여러 처리 장치를 넣어서 기능을 분산하고, 모든 장치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칩 기능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2010년 출시된 AP 엑시노스 3110(왼쪽)과 올해 출시된 엑시노스 2200. 칩 면적 차이는 크지 않지만 다양한 종류의 장치가 탑재돼 CPU에 집중돼 있던 연산 기능을 분산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2010년 출시된 AP 엑시노스 3110(왼쪽)과 올해 출시된 엑시노스 2200. 칩 면적 차이는 크지 않지만 다양한 종류의 장치가 탑재돼 CPU에 집중돼 있던 연산 기능을 분산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약 10년전 45나노(㎚·10억분의 1m) 공정으로 만들어진 삼성전자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3110'과 올해 출시된 4나노 기반 '엑시노스 2200'가 좋은 예다. 10년 사이 두 칩의 면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칩 속에 중앙처리장치(CPU) 외 다양한 특징을 가진 연산 장치를 도입하면서 AP 기능이 크게 향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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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사장은 다양한 종류의 연산 장치 중에서 특히 NPU의 성장세에 주목했다. NPU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구현할 때 사물을 효율적으로 인식하는 연산 장치다. 인간의 두뇌가 사물을 인지하는 과정을 모방해서 신경망(Neural)이라는 용어가 붙었다.

AP 내 기능이 CPU, GPU, NPU, 이미지처리장치(ISP) 등으로 블록화, 분산화됐다. 강 사장은 앞으로 전력 효율을 고려해 더욱 분산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제공=삼성전자AP 내 기능이 CPU, GPU, NPU, 이미지처리장치(ISP) 등으로 블록화, 분산화됐다. 강 사장은 앞으로 전력 효율을 고려해 더욱 분산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제공=삼성전자


강 사장은 "NPU는 기존 CPU보다 100배 효율적인 연산을 해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향후 전력 효율성 개선을 위해 한 칩 내에서도 정밀 연산을 담당하는 '딥 NPU'와 간단한 작업을 하는 '마이크로 NPU(uNPU)' 영역이 나뉠 것"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최근 업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3D 집적 회로 발전 가능성도 높게 봤다. 집적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아예 서로 다른 칩을 한 개 칩처럼 이어 붙이는 3D 패키징 방식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강 사장은 "칩을 이어 붙이면서 발생하는 발열 이슈, 패키징 비용 증가, 신호 지연 등 극복해야 할 문제들이 있지만 우리가 3D 칩 전환기를 맞이한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3D 패키징 기술. 강 사장은 메모리-시스템반도체 결합 외에도 동일한 칩을 이어 붙이는 방법도 구현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삼성전자3D 패키징 기술. 강 사장은 메모리-시스템반도체 결합 외에도 동일한 칩을 이어 붙이는 방법도 구현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삼성전자


아울러 그는 IT 기기 간 연결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산·에지 컴퓨팅 기술, 6G 등 미래 통신망에 대응하는 통신 칩 기술 구현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봤다.

강 사장은 기조연설을 마무리하며 "반도체 업계에서 '분산과 연결'을 구현하려면 기술 개발자 외에도 정부, 학계 등 분야가 다른 사람들과 소통이 중요하다"며 "이는 차세대 시대정신(zeitgeist)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사장은 지난해까지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내 칩 설계 사업부인 시스템LSI 사업부를 총괄한 칩 설계 전문가다. 올해부터 DS부문의 북미 반도체 사업을 책임지는 미국총괄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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