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를 이끄는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우크라이나를 EU 회원국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U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군사 지원 등을 발표한 데 이어 그간 미온적 입장이었던 EU 가입까지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는 모양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7일(현지 시간) 유럽 매체인 유로뉴스와 인터뷰하며 “EU는 우크라이나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 원한다”고 말했다. 또 “정말 오랜 시간 동안 그들(우크라이나인들)은 우리한테 속해 있었다”고도 했다.
1991년 소비에트연방(소련) 해체 이후 독립 국가로 분리된 우크라이나는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와 EU 가입을 지속적으로 타진해왔지만 러시아가 극렬하게 반대를 해왔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도는 이번 러시아 침공의 근본 원인을 제공했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보다 EU 편입을 더욱 꺼린다는 시각도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한 뿌리’에서 나온 사실상 동일 국가로 보는 푸틴 대통령한테 EU 가입은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서구화’를 뜻한다는 것이다. 국제문제 전문가이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푸틴이 진짜 피하고 싶은 결말은 EU 가입으로 인한 우크라이나의 서구화”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러시아의 공격이 거세지던 지난 2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여부를 결정해야 할 순간”이라며 EU 측에 촉구하기도 했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젤렌스키 대통령에 화답하는 동시에 푸틴 대통령에게는 강력한 제재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날 EU는 우크라이나에 총 5억유로(약 6700억원) 규모의 군사 지원을 발표했다. 이중 4억5000만 유로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무기 지원에 사용하고, 추가로 5000만 유로는 의료 물자 등 비살상 목적에 사용될 예정이다. 또 EU는 러시아 산업계와 언론계, 금융계 등 ‘올리가르히(거대 재벌)’에 대한 제재 역시 부과할 방침이다. 아울러 러시아 소유 또는 등록 항공기의 EU 상공 운항을 금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